'셧다운' 첫날 의사들 병원서 '피켓 시위'…환자들 "앞으로가 더 걱정"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곳곳에 '휴진 안내문'
실제 휴진 참여율 저조…환자들 "점차 참여 늘지 않겠냐" 한숨
- 임윤지 기자,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김민수 기자 = "부득이하게 앞으로 진료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교수들의 휴진 신청으로 직원 여러분의 부담이 늘어나 대단히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셧다운'이 시작된 30일 오전에 찾은 서울대병원에는 이같은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다행히 휴진에 참여한 교수들이 많지 않아 예약 취소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는 없었다.
앞서 전국 20여 개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주 1회 휴진'을 결의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등은 이날 휴진을 결정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안내문은 "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로 시작한다. 휴진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동료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휴진으로 가장 고통을 받게 될 환자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같은 시간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일부 교수들 7명 정도가 '저희는 오늘 4월 30일 하루 휴진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병원 본관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교수의 진료실 앞에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며 예약변경이 필요한 경우 ○○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환자들 '불안하다'
셧다운 첫날 병원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환자들은 불이 꺼져 있는 교수 진료실과 텅 빈 병원 복도를 보면서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김 모 씨(70대·남)는 "아내가 지금 입원 중인데 담당 교수가 오늘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다른 교수님이 봐주고 계신다"며 "지난주 입원하자마자 교수들이 학회로 며칠 자리 비우고 오늘은 또 휴진한다 그러니까 저희도 마음이 어수선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은 더욱 한산한 모습이었다. 같은 과 교수 3명의 방은 모두 불이 꺼져있거나 명패가 빠져있기도 했다. 한 직원은 "차트를 보니 다 학회 가셨거나 개인 사정으로 휴진한다고 적혀 있다"면서 "평소보다 사람이 적은 건 아마 오늘 휴진 영향이 좀 큰 것 같다"면서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이날 아기와 병원을 찾은 30대 여성은 "2~3주에 한 번씩 병원 오는데 원래 엄청 북적여서 여기 앉을 자리도 없었다"면서 "그런데 이 시간에 이렇게 병원에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오늘이 셧다운하는 날인 거냐"고 되물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 매주 참여 의사 늘어나면 그때는?
환자들은 오늘은 참여 의사가 많지 않았지만 셧다운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매주 점차 늘어나지 않겠냐며 얼마나 장기화할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70대 위암 환자 박 모 씨도 "2월 말에 수술 잡혀있다가 두 달 지나 지난주에 겨우 수술을 받았다"면서 "저녁마다 교수님이 회진 보러 와주셨는데 오늘은 물론이고 다음 주는 또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어서 불안하고 그렇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남편이 입원했다가 외래로 바뀌었는데 왔다 갔다 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다급한 상황이 생길 때 즉각 대처가 안 될까 늘 불안하다"며 "어쨌든 교수님들도 힘들겠지만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보는 건데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