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휴대폰 내 정보 '디넷' 보관 후 별건 수사 활용…대법 "위법하다"

1·2심 집유→대법 파기환송…"증거능력 인정 못 해" 판단
사후 압색영장 집행했지만…"폐기해야 할 정보 대상" 지적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디넷)에 보관한 뒤 별건 수사에 재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사무과장인 A 씨는 2018년 5월 강원 원주시의 한 식당에서 원주지청 국장급 간부 B 씨로부터 "6월에 있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 시장의 재선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 선거 전까지 측근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수사를 지연시켜 달라"고 청탁을 받았다.

A 씨는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수사과장 C 씨에게 사건 진행을 선거 뒤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C 씨는 사건 진행 과정에서 수사지휘건의서에 회신하지 않거나 구속영장 신청서 결재를 늦추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일 전 수사를 막았다.

A 씨는 2018년 6월 B 씨에게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알려주고, 2018년 8월에는 "친형이 고소한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B 씨로부터 받은 뒤 같은 해 10월 검사 수사지휘서 내용을 알려주기도 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통화 녹음파일과 그 녹취 내용은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검찰은 B 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B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전자정보를 디지털 증거분석 해 이미지 처리한 파일을 디넷에 저장했다.

이 파일을 분석하던 중 우연히 A 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 일정 내역표, 문자메시지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폐기하지3개월가량 디넷에 보관한 채 보관한 채 B 씨의 공무상 비밀누설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2차 증거까지 수집하는 등 '별건 수사'를 진행했다. 디넷에 저장된 파일을 압수한 것은 수사가 꽤 진척된 뒤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유관 정보를 선별해 압수한 후에도 무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면,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 해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전제했다.

또한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하더라도, 이는 압수수색 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영장주의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로 그 압수 절차 위반 행위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법정 진술 등의 증거들 역시 위법수집증거에 터 잡아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