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가 듣질 않는데 어떻게 입증하나요?"…반복되는 급발진 사고 해법은

최근 전국서 브레이크 오작동 등 급발진 의심 사고 연이어 발생
입증책임 제조사에 묻는 '도현이법' 21대 국회 내 통과 불투명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최근 전국에서 급발진 의심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부품 결함 등으로 인한 사고 입증의 1차 책임을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 등 소비자에게 두는 현행법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협조가 없으면 개인 소비자가 국립과학수사대(국과수) 등에 정식 감정을 의뢰하는 것도 불가능해 실질적으로 운전자가 제조사에 책임을 묻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브레이크 오작동 등으로 인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광역시에선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한 차량이 카페로 돌진해 부상자 8명이 발생했다. 그중 중상을 입은 40대 A 씨는 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엔 경남 함안군에서 60대 여성이 몰던 SUV 차량이 근처 승용차와 추돌 후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운전자인 B 씨는 골절상, 함께 타고 있던 손녀도 부상을 입었는데 A 씨는 브레이크 페달 오작동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리콜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는 2022년을 제외하면 매년 20~30건씩 꾸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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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행법상 운전자 과실이 아닌 차량 결함 등으로 인한 급발진 여부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 형사소송에선 운전자 과실보단 차량 결함에 사고 원인의 무게를 두는 판결이 늘고 있지만 민사소송의 경우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 인정된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급발진 차량의 부품 등 결함과 관련해 배상받기 위해선 제조물의 결함 및 피해를 소비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BMW 급발진 의심 사고처럼 하급심에서 제조사의 과실이 인정된 사례도 있지만 극히 일부거나 제조사 측의 상고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아람 변호사(법무법인 SC)는 "(급발진 관련) 형사소송의 경우 입증 책임이 수사기관에 있지만 민사 소송의 경우 원고에게 있다"며 "감정을 제대로 받으려면 국과수를 거쳐야 하는데 경찰 등 수사기관 협조가 없으면 개인 의뢰가 불가능하고 사설 감정은 거액의 돈이 들어가 피해자 입장에선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현행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시에서 급발진이 추정되는 차량에 탑승 중 사망한 이도현 군(당시 12세) 사건이 계기가 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도현이법) 도입 요구가 대표적이다. 결함 원인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제조업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해당 개정안은 이 군의 유가족이 국민 청원 글을 올리고 5만 명이 동의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는 불투명하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발의됐지만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우려를 표해 현재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5월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현재 이군의 유가족은 지난 20일 경찰 협조로 국과수에 사비로 수천만 원을 들여 시험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서 변호사는 "일반 소비재에서 불량품이 나오면 한국소비자원 등에서 무료 감정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자동차 등 이동 수단에 대해선 지원이 미비하다"며 "급발진 등 결함 입증을 하는 과정에서 사설 감정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거나 재판 전 양측의 조정 과정을 돕는 공적 기관 등을 설립하는 등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