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보고파" 의사 월북시켰다 체포한 첩보부대…70년 만에 진실규명
진실화해위 "박남업씨 불법구금 중대 인권침해"
이적죄로 징역 15년…"재심으로 피해 구제해야"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직후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려던 박남업 씨(1918~1989)가 국군 첩보부대에 속아 불법구금된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76차 전원위원회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이적죄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진실규명 결정은 진화위가 의혹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정하면서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1940년 경성의학전문학교(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평양의 병원에서 근무하던 박 씨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어머니와 아들·딸을 북에 둔 채 아버지·삼촌 등과 월남했다.
박 씨는 이후 1952년 춘천에 병원을 연 뒤 알고 지내던 2군단 첩보부대 장교들에게 "두고 온 어머니와 처자식 소식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일정 기간 훈련한 뒤 월북해 가족을 만나고 정보도 수집해 오는 게 어떻겠느냐는 첩보부대 장교들의 안내에 따라 박 씨는 월북을 시도했으나 곧 인민군 복장을 한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이들은 인민군이 아닌 첩보부대 대원이었고 박 씨는 북한이 아닌 휴전선 이남에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몰랐던 박 씨는 체포 이후 북한을 이롭게 했다며 과장되게 기술한 자술서를 작성해야 했고 결국 고등군법회의에서 이적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박 씨가 첩보부대에 억류된 건 1954년 5월 20일로 확인되나 첩보부대는 박 씨를 6월 3일 검거했다고 보고했다"며 "박 씨가 약 2주 동안 불법구금 상태에서 취조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군인 범죄만 수사할 수 있었던 첩보부대가 민간인을 기만해 월북하게 하고 과장된 자술서를 쓰게 했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재심으로 박 씨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밖에 △국군보안사령부 퇴직 후 일본으로 넘어가 보안사 인권침해를 고발한 재일동포 지명수배 사건 △중앙정보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 △반공법 위반 및 간첩방조 불법구금 사건 △국민방위군 인권침해 사건 △춘곡호 등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등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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