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못 믿어" 투표함 탈취, 만취 난동…선거 훼방꾼, 수법도 가지가지

4·10 본 투표 앞두고 투표소 난동·현수막 훼손 사례 속출
징역 최대 10년 선고 가능하지만 현실은 집유·벌금형…솜방망이 지적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이자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4.4.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기자 =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이 흥분한 나머지 사전 투표소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상대 후보의 현수막을 고의로 찢는 등 각종 선거 방해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거 방해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사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경기 평택시 한 사전투표소에서 술에 취한 채 "국민의힘을 뽑아 달라"고 외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날 울산광역시에선 사전투표소에서 아내에게 특정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라고 강요하고, 제지하는 선거 사무원을 폭행한 80대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인천 부평갑 선거구에선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현수막을 훼손한 60대 A 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로 처벌이 불가피하다. 본 투표가 예정된 오는 10일에는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이런 투표 방해 범죄는 꾸준히 있었다. 지난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땐 투표지를 넣는 봉투의 접착력이 약해 부정투표 소지가 있다며 난동을 부린 60대 B 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B 씨는 투표하기 위해 줄 서 있던 선거인에게 달려가 방해하기도 했다.

20대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22년 3월 10일엔 아예 투표함을 탈취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시 30대 C 씨는 부정선거를 이유로 인터넷 방송 후원을 받기 위해 투표소였던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앞 주차장에서 4시간 동안 투표함을 점유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유세장에선 한 여성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측 선거운동원을 우산 등으로 폭행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선거철마다 이토록 선거 방해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처벌은 무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부분 초범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다. B 씨의 경우 벌금 500만원, 대통령 선거 투표함을 탈취한 C 씨의 경우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 자체는 가볍지 않다. 공직선거법 제237조에 따르면 후보자나 선거사무원, 연설원 등을 폭행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할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 고의로 투표나 개표를 방해했을 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투표함을 탈취했을 경우 징역 상한은 10년이다.

그럼에도 이런 범죄를 일관성 있게 처벌할 가이드라인인 '양형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투표소 난동 등 각종 선거 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을 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은 선거 관련 갈등이 너무나 많아 더욱 신경 써서 선거 방해 범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결국 국회에서 법체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입법 기능이 약화해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사건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사건을 처리할 때처럼 관행적으로 선고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선거 방해 범죄의 경우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