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으로 시작된 잘못된 만남…보험금 노린 살인으로 마침표[사건의재구성]

새 애인과 결혼하려 사촌동생과 공모 아내 살해한 비정한 남편
자동차 추락사고로 위장…구조하는 척 바다에 뛰어드는 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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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시작부터 불륜이었다. 2007년 4월쯤 부산 해운대구의 한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박 모 씨는 분식집 사장의 아내이자 자신보다 여덟 살 연상인 A 씨와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A 씨는 2010년 11월 남편과 이혼하고 박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박 씨는 혼인신고를 한 이후에도 별다른 직업 없이 A 씨로부터 생활비와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해 왔다.

그러던 중 박 씨는 과거 미팅으로 알게 된 여자 B 씨를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2011년 3월부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박 씨는 B 씨와 동거하기 위해 A 씨를 속여 6000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불륜을 지속하던 박 씨는 B 씨와 2013년 4월에 결혼하기로 정하고, 아내 A 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A 씨가 순순히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A 씨가 B 씨의 존재를 알게 되면 B 씨와의 결혼도 깨지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박 씨는 아내 명의로 된 생명 보험금을 떠올렸다. A 씨가 사망하면 박 씨는 법정상속인으로서 약 6억 4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A 씨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B 씨와의 결혼자금으로 쓰기로 마음먹은 박 씨는 사고사로 위장하기로 하고 사촌 동생을 끌어들였다.

"니 요즘 먹고 살기 힘들지 않나. 너도 자리 잡고 살아야지. 1억 원을 줄 테니 사람 하나 골로 보내도.(보내줘) 그 돈으로 조그만 소주방이라도 하나 해서 먹고살면 되지 않나."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촌 동생은 고민 끝에 박 씨의 제의를 수락했다. 박 씨와 사촌 동생은 어떻게 사고사로 위장할 것인지 수시로 만나 모의했다. 범행 방법과 장소를 정한 후에는 미리 사전 연습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2013년 3월 사건 당일. 감쪽같이 살의를 숨긴 박 씨는 아내를 횟집에 데려가 저녁을 먹는 등 즐겁게 지내는 것처럼 가장했다. 밤 10시 25분쯤 박 씨는 아내와 함께 사촌 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부산의 한 선착장으로 향했다.

세 사람은 선착장에서 약 30분간 사진을 찍고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밤 11시가 넘어가자 박 씨는 A 씨에게 집으로 돌아가자며 차 뒷좌석에 태웠다. 운전석에 탄 사촌 동생은 운전석 창문을 열어둔 채였고, 박 씨는 선착장에 둔 물통을 가지러 간다는 핑계로 차 주변을 벗어났다.

사촌 동생은 후진기어를 넣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차는 곧장 바다로 추락했다. 사촌 동생은 미리 열어둔 창문을 통해 금방 탈출했지만 A 씨는 그 자리에서 익사했다.

박 씨는 119에 사고로 신고하며 구조요청을 했다. 아내를 구조하는 것처럼 구명튜브를 바다에 던지고 직접 바다에 뛰어드는 연기도 선보였다.

1심을 맡은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는 박 씨와 사촌 동생에게 각각 징역 23년과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남편이 자신을 이용하다가 결국 살해하기에 이르렀음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극도의 고통 가운데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 씨 유족은 2015년 박 씨가 처음부터 보험금을 목적으로 접근했다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혼인 무효를 선고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