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임현택 의협 회장 최대 과제는 '파업' 아닌 '대화'[기자의눈]

고강도 '투쟁' 논의했지만, 오히려 정부와 대화할 적기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면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

지난 15일 경찰에 출석하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총파업하겠다'는 그의 말이 단순히 경고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임 회장이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의료계의 대표적인 '매파'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창구가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임 회장은 '의대 정원 500~1000명 감축' 등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못 박았다. 반면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을 위시한 의료계와 정부 간 '강 대 강' 대치가 '총선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설적으로 '신임' 임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투쟁'이 아닌 '대화'다. 지금이 정부와 대화하기 가장 '적절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미복귀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 처분과 관련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해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한 30여 일 전만 해도 초강경 대응을 불사하겠다던 기조와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다. 경찰 역시 의협 전현직 간부들 수사와 관련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계에 다다른 '의료 현장'은 임 회장이 외면해선 안 되는 현실이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 5'로 불리는 종합 상급병원들을 포함한 주요 병원들은 병동까지 폐쇄하면 사실상 '버티기'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000억 원으로 2배가량 늘렸다. 현대아산병원 등은 경영 악화에 버티고자 간호사를 비롯한 일반직에게 '무급 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명예퇴직'이 실시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의협 회장이라면 이런 현장을 세심히 고려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판단하고 결단해야 한다. 그 많던 환자가 지금 어디로 갔는지도 유심히 살펴야 하는 대목이다. 수술 일정이 대거 줄어든 탓에 환자들은 '빅 5'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으나 그들의 고통스러운 질병이 치유된 것은 아니다.

정부 또한 의료계가 대화에 나선다면 경청해야 한다. '2000명 증원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너무 급하게 전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는 자존심이 아닌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매서운 바람이 아닌 따듯한 볕이라는 점을 의정 모두 되새겨야 할 때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