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빚 늘자 의붓어머니 연금 탐낸 아들, 살해 후 암매장…무기징역 구형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뒤 친아버지 고향에 암매장한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26일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강도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를 받는 배 모 씨(48)에게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경제적인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체를 은닉했다"며 "범행 발각 이후에는 형량을 낮추기 위해 이를 부인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배 씨 측 변호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가 갑자기 배 씨의 뺨을 때리는 등 실랑이를 벌이다가 우발적으로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수사에도 협조했고 현재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돈을 탐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도 반박했다. 배 씨 측 변호인은 "배 씨가 누나의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어서 원래부터 피해자 계좌를 관리해 왔다"며 "돈이 목표였다면 통장에서 인출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망 다음 날 정신없는 상황에서 통장에서 돈을 빼서 사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씨는 최후 변론에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검찰에 따르면 배 씨는 지난해 10월19일 혼자 사는 의붓어머니의 집에서 누나 장애인연금 통장 등을 가져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의붓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고향의 개천 모래밭에 암매장한 후 연금 165만 원을 인출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배 씨는 지난해 4월 실직 후 주변에 돈을 빌려 경정·경륜 배팅과 인터넷 방송 후원 등에 재산을 탕진하고 빚이 늘어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피해자의 기초연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고, 피해자의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했다. 심지어 자신이 피해자의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등 이 씨의 재산을 탐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배 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4월 23일에 열릴 예정이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