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사표 던진 전·현직 경찰 간부만 13명…'중립 의무' 잊었나 눈총

[체크리스트]근무지서 출마하기도…"출마 제한 규정 검토해야"

사진은 31일 국회의사당 모습. 2023.12.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4·10 총선에 경찰 전현직 간부의 출마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근무지 등 연고가 있는 지역에 출마하거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 진출을 타진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내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선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경찰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는 냉소적인 반응이 다수다.

24일 경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전현직 간부 출신 인사는 총 13명(초선 기준)이다. 그중 8명이 공천을 받았다.

출마자 대다수가 총경 이상의 '간부급' 인사들이다. 국민의힘에선 윤소식 전 대전경찰청장·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김종양 전 경남경찰청장·정용선 전 충남경찰청장이 공천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남병근 전 경기북부청장·류삼영 전 울산중부서장·이지은 전 전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이 출마를 확정지었다.

여기에 경찰 출신 현역 의원을 합치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경찰 출신 인사는 20명이 넘어간다. 이 때문에 22대 총선에선 가장 많은 경찰 출신 의원이 배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는 18대 1명에서 21대 9명으로 늘었다.

◇"퇴직 후 곧바로 정치 행보, 경찰 중립성에 흠집"…내부서도 눈살

전·현직 간부들의 출마를 두고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따른 비판은 남은 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퇴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를 공식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한 내에 사직원을 내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제한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중립성 훼손'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모 일선 경찰관은 "재직 중에도 정치적 의견을 내다가 퇴직 후 바로 정치권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과연 수사를 공정하게 했을까'라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는데 경찰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 내부에 나쁜 선례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우려도 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정치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등 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곱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후보자 중 일부는 자신이 근무했던 지역에서 출마한다. 이를 두고서도 "지역 관서장으로 일하면 자연스레 이름이 알려지기 마련인데 해당 지역에서 출마하는 것만으로도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출신 정치인이 경찰 조직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한 경찰관은 "경찰 조직을 위한 정책을 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외려 내부 기밀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검찰·판사도 중립성 논란 도마 위…"출마 제한 규정 검토 필요"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은 검사나 판사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 박용호 전 부산고검 검사의 경우 현직 신분으로 22대 총선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직무에 대해선 일정 기간 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퇴직 후 1~2년까지는 출마를 제한하는 방식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연고지에 인사 대상자를 발령하지 않는 등 인사 원칙을 정해 현직에 있을 때부터 감시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