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이 조용히 나가라고…" 중소병원 노동자 10명 중 4명 괴롭힘 '심각'

직장인 평균보다 괴롭힘 경험多…'모욕·명예훼손 등' 업종 중 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돼야"…온라인노조 가입 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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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원장님이 갑자기 상여금을 없애고 임금을 동결했습니다. 성과 못 낸다고 다른 직원들 앞에서 저를 비난했고 자진 퇴사를 권유했습니다. 제가 퇴사를 거부하자 온갖 잡일을 시키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인데 신고조차 못 하나요?" (2024년 1월)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중에서도 중소병의원 종사자 10명 중 4명(38.5%) 가까이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워 갑질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접수된 중소병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등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제보 62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이 41건(66.1%)으로 가장 많았고, 임금(33.9%), 징계·해고(11.3%) 순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은 상사가 27명(64.3%)으로 가장 많았고, 사용자(원장)가 23.8%로 뒤를 이었다.

또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7.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는데,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은 29.5%로 평균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모욕·명예훼손(15.9%) △폭행·폭언(15.9%) △따돌림·차별(13.6%) 항목이 전체 업종 중 제일 높았다.

일례로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다음날 병원 실장이 부르더니 "규모가 작은 병원도 아니고 원장님 인맥도 넓다. 병원에서 일하고 싶으면 신고하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고 통보받았다.

직장갑질119는 이러한 병원 갑질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통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근로기준법 제76조 등)과 해고금지 규정(같은 법 제23조등)부터 최우선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중소 병의원은 원장과 원장이 신임하는 실장의 네트워크가 공고하고 병원 특성상 굉장히 통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일하거나 조용히 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노조 모임 가입을 시작하고, 이들이 겪는 직장 내 괴롭힘·저임금·징계해고·장시간 노동 등 병원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