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연속 살해한 '보도방 사장'…"내가 한명만 죽였을 것 같냐" 경찰 우롱
"죽은 여친 헐뜯었다"는 이유로, 새 여친 2명 죽여[사건속 오늘]
피해자 사망 후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 가족에 연락…무기 징역형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6년 전 오늘 경기도 포천의 어느 야산에서 백골화가 진행 중인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얼어있던 땅 아래 묻혀 있던 시신은 6개월 전 홀연히 종적을 감췄던 20대 여성 A 씨였다.
경찰의 수사로 A 씨와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30대 남성이 살해 용의자로 좁혀졌다.
◇A 씨와 함께 이용한 렌터카 '스팀 세차'한 뒤 반납, 무엇을 감추려 했나
사건 발생 4개월여 전인 2017년 11월 A 씨(21)의 어머니는 "9월 7일부터 딸이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처음 경찰은 A 씨에게 2000만 원이 넘는 채무가 있었고 '9월 7일 후에도 본 것 같다'는 동네 상인의 증언 등을 근거로 단순 잠적했을 것으로 보고 행적을 추적했다.
실종된 A 씨의 확인된 행적은 자기 집 CCTV에 찍힌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그때까지 A 씨가 만난 사람은 남자 친구 최 씨였고, A 씨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 씨가 쇼핑백 가득 현금을 담아 자랑하고, 외제 차를 구입하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실종 직전 빌렸던 렌터카에서 단서를 찾기 위해 업체를 찾았지만 렌터카는 이미 팔려 버렸다.
다만 렌터카를 반납한 이가 최 씨였으며 아주 특이하게 스팀 세차까지 한 뒤 반납한 사실이 확인됐다. 렌터카 고객이 고가의 스팀 세차를 해 반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에 경찰은 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 씨는 이미 다른 여성 살인 혐의로 구속 수감 상태였다
경찰은 A 씨가 빌려 타고 다녔던 차의 GPS를 렌터카 업체에서 확보해 행적을 역추적한 끝에 차가 포천시 영북면 소회산리의 한 야산 인근을 다녀간 점을 확인했다.
야산 주변을 한 달간 수색한 경찰은 60㎝ 깊이로 매장된 A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에 최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형사들은 최 씨 위치를 찾던 중 그가 이미 또 다른 여자 친구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2017년 12월 구속된 상태임을 알게 됐다.
암매장된 상태로 발견된 A 씨 시신에서 지문 감식이 불가능,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시신은 반 부패한 상태였고 옷을 입고 있었으며 사인은 망치 가격으로 인한 머리 손상으로 드러났다.
◇ 최 씨 첫 여자친구도 숨져…사인은 '뇌출혈'로 결론났지만
최 씨는 경기 의정부 일대에서 노래방에 도우미 여성을 소개해 주는 소위 '보도방' 영업을 하면서 C 씨(21)와 교제하다가 헤어졌다.
최 씨가 B 씨를 만난 건 2017년 6월 뇌출혈로 사망한 C 씨의 장례식장.
최 씨는 B 씨가 일하던 강남 유흥주점을 자주 찾으면서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던 2017년 12월, 최 씨는 B 씨가 일하던 유흥주점에서 160만 원가량의 술을 외상으로 먹었고 B 씨로부터 변제를 독촉받자 목 졸라 살해했다.
A 씨를 살해한 건 공교롭게도 C 씨와 B 씨 사망 중간 지점인 2017년 9월로 최 씨는 "A 씨가 전 여자친구 C 씨를 헐뜯는 바람에 욱해서 죽였다"고 자백했다.
이에 경찰은 뇌출혈로 사망한 C 씨에 대해서도 병원 진료기록 등을 살피는 등 조사를 펼졌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병사로 매듭지었다.
◇내가 한명만 죽였을 것 같냐?"…수사관 통제하려는 태도 보이기도
최 씨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시신을 발견한 이후까지 밥 먹듯이 수차례 거짓말을 해 수사에 애를 먹였다.
또 형사들이 구치소 접견을 신청하면 조사를 받겠다고 해 놓고 막상 접견을 신청하면 거부했다.
심지어 변호사까지 속여 제삼자가 A 씨를 살해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사상 처음으로 '구치소 체포영장'을 발급받아 최 씨를 경찰서로 구인해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내가 한 명만 죽였을 것 같냐?" "계급장 하나 달아 드릴까?"라며 수사관을 통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죽은 여친 헐뜯었다는 것이 이유?"…새 여친 2명 연쇄 살인
경찰은 끈질긴 프로파일링 끝에 최 씨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자백을 받아냈지만 "A 씨와 B 씨 모두 뇌출혈로 사망한 C 씨를 모욕했기 때문이었다"라는 살해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경찰은 최 씨가 B 씨에게 160만원의 외상 술값, A 씨에게도 2000만원 사채를 받도록 한 점으로 봐 돈 때문에 두 여성을 죽인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 살해 후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 가족에게 안부 연락 '무기징역'
강도살인, 살인, 사체유기, 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에게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은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이에 최 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같았다.
2심은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 요구를 뿌리치고 1심과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최 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결론도 무기징역이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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