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속 길 헤맨 90세 치매 노인 15분 만에 가족 품으로…어떻게
1.7도 쌀쌀한 날씨에 얇은 겉옷만 걸치고 40분간 헤매
새내기 경찰, 휴대용 지문스캐너로 신원 확인 후 인계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여기 할아버지 한 분이 집을 못 찾고 계시는데요."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지난 2일 낮 12시 35분. 서울 광진경찰서 광나루지구대로 치매 노인을 발견했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갓 임용된 새내기 경찰인 박태용 순경은 선배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얇은 바람막이 겉옷만 걸친 채 덜덜 떨고 있는 치매 노인 한 분이 보였다. 당시 광진구 기온은 1.7도, 한낮이었지만 눈발이 날리고 바람도 강해 쌀쌀했다.
노인은 청력에 문제가 있는지 의사소통이 잘 안됐고 거동도 불편해 보였다. 경찰은 추운 날 길을 헤맨 노인을 순찰차 뒷좌석으로 안내했다. 다행히 차에는 지난달 보급된 휴대용 지문스캐너가 있었다. 스캐너에 지문을 찍으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경찰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5분 만에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
박 순경이 노인의 지문을 찍어보니 사전에 등록된 이름과 주소, 사진이 떴다. 90세 박 모 노인의 주소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박 노인이 집을 나온 후 40분가량 쉬지 않고 걸었다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박 순경은 "치매 노인은 직진으로만 가는 경향이 있어 집에서 꽤 멀리 나오신 것 같다"며 "바로 모셔다드렸는데 그동안 가족이 집 근처에서만 할아버지를 찾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박 순경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기 전 광나루지구대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박 순경은 "경찰이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가족들이 고마워하는 것을 보고 매우 뿌듯했다"며 웃었다.
경찰청은 전국 지구대·파출소에 소형 지문스캐너 4000여 대를 보급하고 업무용 휴대전화를 활용한 '휴대용 신원확인 시스템'을 지난달 19일부터 본격 적용하고 있다.
종전에는 치매 노인이나 주취자 등 구호 대상자를 발견하면 신원 확인을 위해 인근 지구대·파출소까지 이동해야 했지만 휴대용 신원확인 시스템을 활용하면 구호 조치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박 노인 사례에서는 경찰이 112 신고 접수 후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인계하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박 순경은 "치매 노인이나 어린아이는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의 인적 사항을 말하기 어려운데 사전 등록 제도를 활용하면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며 "일선 경찰관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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