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살해' 80대 건물주 살인교사범 "혐의 부인…증거 위법 수집돼"

"피해자 살해할 동기나 이득 없어…혐의 부인"

영등포구 한 건물에서 30대 주차관리인에게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조모씨가 서울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15일 출석하고 있다. 2023.12.13. ⓒ 뉴스1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중증 지적장애인 주차관리인에게 '80대 건물주를 살해하라'고 교사한 혐의를 받는 모텔 주인이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는 12일 오전 살인 교사,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 모 씨(45)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조 씨 측은 "살인 교사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나 살해함으로써 얻을 이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에게 피해자에 대한 반감을 가지도록 유도한 적이 없다"며 "검찰 공소사실은 모두 범행과 직접 연관이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씨에게 3년 동안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숙박비 명목으로 장애인 수급비를 편취한 혐의에 대해서는 "임금 규정과 지급 방식에 차이가 있고, 그게 과연 근로 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조 씨 측은 폐쇄회로(CC)TV 등 검찰 측이 제시한 자료가 위법 수집 증거라는 주장을 펼쳤다. 조 씨 측 변호인은 "수사 기관이 이걸 주지 않으면 유치장에 가둬놓을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 강제적으로 취득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향후 김 씨에 대한 증인신문 때 전문 심의위원이 함께 참여하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씨 측은 "김 씨가 2급 지적장애라고 돼 있는데 의사들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며 "전문 심의위원이 참여해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모 씨(32)에 대한 재판도 조 씨 재판 이후 연이어 진행됐다. 김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은 있지만 중증 지적장애인인 김 씨가 단독으로 살해한 게 아니라 바로 직전 피고인인 조 씨에게 교사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버벅거리는 말투로 "공범 조 씨의 무죄 주장을 믿지 마시고 다 밝혀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다 말씀드리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서울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소속 신뢰관계인도 동석했다.

조 씨는 2022년 9월부터 영등포 공동주택 재개발과 관련해 80대 건물주 A 씨와 갈등을 겪자 김 씨에게 범행 도구를 구매하고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리게 한 뒤 흉기로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김 씨를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왔다. 가족의 버림을 받고 떠돌아다니던 김 씨를 지난 2019년 데려와 "나는 네 아빠,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따르게 했다. 김 씨가 A 씨에게 강한 적대감을 갖도록 "너를 욕했다"는 식으로 이간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