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아픈데 응급실 찾아 헤매"…의사 집단행동 나흘째, 커가는 환자 고통
전공의 공백, 나머지 인력이 채우고 있지만…환자 불편함은 여전
"전공의 없다고 퇴원하라더라" "사태 길어지면 피해 보는 건 환자"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일산과 파주 쪽 응급실에서 거절당해 결국 서울까지 왔어요"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30대 부부(파주 거주)는 전날 밤 딸의 골절상으로 응급실을 찾아 헤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집 주변 병원 응급실의 경우 마비 상태"라며 "(세브란스) 의사들의 경우 회의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환자는 웬만하면 진료를 보고 수술을 하는 쪽으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공의 집단 이탈 나흘째인 이날 신촌 세브란스병원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사태의 여파를 여실히 체감 중이었다.
40대 딸이 최근 암 수술을 받았다는 60대 후반 남성 이 모 씨는 "수술은 지난 20일에 끝났고, 보통은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에서 전공의가 없다면서 퇴원하라더라"고 토로했다.
강원도에서 거주 중인 이 씨는 "일주일에 월요일과 목요일, 2번을 치료받으러 딸을 데리고 서울까지 와야 한다"면서 "사태가 길어지면서 결국 힘없는 환자들만 더 고생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어머니가 유방암 수술을 받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는 여성 A 씨는 현재 불편한 점은 없지만 "회진 때는 의사 선생님들이 협진이 잘 안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결국 사태가 길어지면 피해를 보는 건 환자"라고 우려했다.
특히 환자들 사이에서는 전문의와 전임의 등 나머지 의료 인력이 공백을 채우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병원 운영이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다.
정기적으로 세브란스병원에 80대 남편을 데리고 온 여성 B 씨는 길어지고 있는 사태에 "심장이 파르르 떨린다"라고 분노했다.
B 씨는 "남편이 최근 뇌출혈로 쓰러진 적이 있고 당뇨도 있다"면서 "갑자기 또 남편이 쓰러졌는데 응급실에서 안 받아주면 어떡할지 걱정된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다만 의사들은 집단행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는 "의료수가의 정상화로 건강보험료 재정 건정성을 해결하자는 것인데, 정부는 이를 수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정부에서 수가를 조정하겠다는 것은 다른 과의 수가를 깎아서 필요한 과에 보전해 주겠다는 논리"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늘려서 급여가 낮아지더라도 수가가 그대로면 대학병원의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며 "현재도 전공의와 전임의 월급도 겨우 주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22일) 오후 10시 기준 6개 병원을 제외한 94개 수련병원에 대한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8.5% 수준인 8897명이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9.4%인 7863명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국무총리 주재 회의체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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