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기소-최성범 불기소, 운명 '여기서' 갈렸다

'업무상과실치사상' 같은 혐의 받았지만 검찰 결론 달라
사전 예방이냐 사후 대응이냐 경찰과 소방의 업무 범위 달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와 관련한 유가족 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열린 수심위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및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대검 규정상 수사심의위 판단은 권고 성격이어서 검찰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성은 없다. 2024.1.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운명이 갈렸다. 김 청장은 정식 재판에 넘겨진 반면 최 서장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과 소방의 업무 차이, 당시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고 예견했음에도 조치 안해" vs "사고 발생 인식 후 곧바로 현장 이동"

서울서부지검은 19일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수사 결과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종합해 김 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청장을 기소한 이유에 대해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이태원 핼러윈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하였음에도 적절한 경찰력 배치 및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업무상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재판 중인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과 공동의 업무상과실로 158명 사명, 312명 상해에 이르게 했다"고 짚었다.

반면 최 서장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 인식 후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약 7분 만에 구조에 착수한 점, 실제 출동 지령을 받은 소방 차량 대수도 재난업무가이드 기준을 충족한 점,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현장에서 구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종합하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찰 '사전 예방' 소방 '사후 대응'…업무 범위 달라 판단 갈린 듯

형법 제268조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핵심은 '사고 예견 가능성'과 '주의 의무'다. 경찰관과 소방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사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찰과 소방은 업무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안전 관리라고 해도 경찰은 사전 예방적 측면이 강한 반면 소방은 사후적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실제 검찰도 김 청장에 대해선 사고 위험성에 대한 예견을 강조한 반면 최 서장에 대해선 사고 발생 인식 후의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검찰 처분에 대해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경찰은 사전에 많은 인원이 운집해 우려된다는 신고가 있었는데도 업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 있다고 본 것"이라며 "소방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사고 발생 신고가 접수했을 때 바로 투입된 점을 봤을 땐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본 거 같아 일리 있는 처분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