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꽃길만 걸으라우" '김정은 티셔츠' 이적표현물 아니라고? 이유는

티셔츠 '상업적 목적'…공격적이거나 북한 이롭게 할 목적 없어
경찰 불송치 결정에도 표현의 자유 vs 국보법 논란 진행중

(당시 업체 화면 갈무리)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웃는 얼굴과 "동무 꽃길만 걸으라우"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제작 판매한 업체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이적표현물 기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명품 브랜드 'GUCCI' 로고를 AGUCCIM(아구찜)으로 패러디해 인기를 끌었던 의류 업체가 '김정은 티셔츠'를 내놓으면서다.

센스있는 티셔츠 선물을 자처하며 티셔츠 판매를 시작했으나 업체가 받아 든 건 다름 아닌 고발장이었다. 지난해 8월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6개 단체가 국가보안법 제7조 5항(이적표현물 제작·판매)을 위반했다며 업체와 판매를 중개한 네이버, 쿠팡을 고발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패러디 의류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와 판매를 중개한 네이버,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불송치했다. 김정은 티셔츠를 이적표현물(利敵表現物)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 이적표현물, 국가 질서 위태롭게 하거나 사회 혼란 조성 목적 있어야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적표현물이란 반국가단체(북한)의 찬양·고무나 이적 단체의 구성 또는 가입을 목적으로 제작된 문서 등의 표현물을 말한다. 국가보안법(국보법) 제7조 5항에서는 이적활동을 목적으로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적활동의 공격성과 목적이다. 즉, 국가의 질서를 위태롭게 하거나 사회질서 혼란을 조성할 공격적인 목적이 규명돼야 이적표현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셈이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는 지난 2021년 '행복한 통일이야기' 책자를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표현물의 내용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이적행위의 목적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행위자가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이 티셔츠 업체와 네이버, 쿠팡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과 함께 "티셔츠를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이적표현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경찰이 대법원 판례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귀엽게 표현했다는 것만으로 찬양 고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이번 김정은 티셔츠는 단순히 상업적 목적으로 보인다"며 "(이적표현물이 되려면) 국가 전복이나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사상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불송치로 결론 났지만…표현의 자유 vs 국보법 논란은 진행형

'김정은 티셔츠'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적표현물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거나 취득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국보법 제7조 5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 제2의 '김정은 티셔츠'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 김정은 티셔츠 불송치 결정이 난 후에도 '표현의 자유'와 '국보법 준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티셔츠 업체 고발이 표현의 자유 억압 행위"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반국가세력의 독재자를 친밀하게 묘사하는 건 여전히 국보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양 변호사는 "형사 고발을 도구로 정치적 의도를 과시하거나 다른 의사를 공격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형사 고발로 타인의 자유를 억눌렀다는 취지다.

반면 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국민 정서를 고려한 패러디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곽 변호사는 "불송치가 됐더라도 법에 위반 안 되는 행위가 다 권장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네이버나 쿠팡의 경우 대부분 국민이 사용하기에 보편적인 국민 정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