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2,1 드디어 2024년…보신각 일대 가득 메운 수만개 소망들

행사 시작 4시간 전부터 시민들 몰려…"모두가 행복하길" 기원
북청사자놀음 등 볼거리 풍성…"귀가 포기하고 숙소 잡았어요"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이한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제야의 종·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자정의 태양'이 불을 밝히고 있다. 2024.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임윤지 기자 = "3, 2, 1! 2024년이 밝았습니다"

갑진년 첫날인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종소리가 퍼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미소와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 일부 시민들은 발을 구르며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행복한 일만 가득하게 해 주세요" 등등 새해 소망을 힘차게 외치기도 했다.

대학생 최모씨(21)는 "당장 2월에 입대를 앞두고 있어 군 생활이 무탈하기를 기도하고자 오늘 5시부터 이곳에 찾아왔다"며 "종 칠 때 주위에서 함성을 지르길래 나도 함께했다. 좋은 기를 받아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나모씨(28)는 "얼마 전 취업에 성공해 한 해를 잘 마무리 짓는다는 느낌으로 가족들과 보신각을 찾았다"며 "2024년은 제게 '인생 2막'이 열리는 해다.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일들이 가득한 해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웃었다.

보신각 일대의 종각역 사거리는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8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타종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0시쯤 보신각 앞은 사거리 쪽까지 경찰 통제선이 쳐지며 인파로 가득 찼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거주하는 하모씨(30)는 "애인이랑 처음 오는 타종 행사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에 못들어가고 경찰 통제선 근처에서 지켜보는 중이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 오늘 안 집에 가긴 그른 것 같아 숙소를 잡았다. 내년도 무탈하게 지내길 빌고 있다"고 말했다.

타종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LED 빛이 나는 풍선 등을 흔들며 흥을 돋우는 모습이었다. 타종 1시간 전인 오후 11시부턴 탈놀이와 북청사자놀음, 농악놀이 패 공연 등 행진이 펼쳐졌다.

무대 양옆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선 이따금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과 행진 행렬을 비추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날 타종 행사엔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인사뿐만 아니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서 피해자들을 구한 윤도일씨, 올해 수능 최고령 응시자인 김정자 할머니를 비롯한 시민 대표 12명 등도 타종 자리에 함께했다.

타종 직후에는 세종대로에서 지름 12m의 초대형 '자정의 태양'이 떠오르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태양 전시물이 떠오르자 사람들은 일제히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국식 새해 행사를 경험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호주 국적의 앨리(20)는 "호주는 지금 더운 여름이라 한국이 춥다고 느껴졌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걸 보니 그 열기가 느껴진다"며 "오늘이 한국에서 제일 사람이 많은 행사라고 해서 왔는데 통행로 확보도 되고 질서유지가 되는 걸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야의 종 행사는 1953년부터 70년째 이어진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로, 이날 보신각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는 타종 행사는 1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파 혼잡 및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행사장 인근인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이날 오후 11시부터 1일 오전 1시까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5호선 광화문역은 혼잡 발생 시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출입구를 통제할 예정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