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15분 만에 '삐!'…서울 핫플서 '면허정지·취소 속출'[르포]

서울 합정역 인근 연말연시 음주운전 집중단속 현장
"딱 한병 마셨는데"…'구강청결제' 음주 오인 해프닝도

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실시된 음주단속에서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들이 2차 음주측정을 준비하고 있다. 2023.1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음주운전은 중범죄예요" "측정기 안 불면 체포됩니다"

9일 오후 10시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 강변북로 방향 진입로. 경광봉과 음주 감지기를 손에 쥔 8명의 경찰들이 도로에 섰다.

경찰들은 일제히 차를 한대 씩 세운 뒤 음주운전 단속 사실을 알리며 음주 감지기를 운전자의 입에 갖다 댔다. 연말연시를 맞아 운영하는 마포경찰서 음주운전 집중단속 현장이다.

음주운전 단속이 시작된 15분여만인 오후 10시15분쯤. 한명의 음주 의심 운전자가 적발됐다.

그가 '후'하며 입김을 불자 '삐삐' 하는 소리와 함께 음주 감지기가 반응했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50대 운전자 A씨는 갓길에 차를 댄 뒤 재차 음주 측정을 했다.

A씨는 경찰 지시에 따라 생수로 입을 헹구고 숨을 여러 차례 내쉬었다. "그렇게 불면 의미 없다"는 경찰의 지적에 A씨는 더 세게 불었다.

음주 측정기에 찍힌 숫자는 '0.031'(혈중알코올농도).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A씨는 "연말 동창회 모임으로 맥주 한 병만 마셨는데 이렇게 정지 수준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단속은 계속됐다. 오후 10시50분쯤 한 남성이 분 음주 감지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차에서 내려 경찰의 통제를 받은 운전자 김모씨(39)는 한숨을 푹 내쉬며 체념한 듯했다.

경찰이 순찰차에서 음주단속장비 보관함을 꺼내들고 김씨에게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안내했다. 김씨는 입을 헹군 뒤 총 세 차례 측정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170으로 '면허 취소'가 떴다.

김씨는 모임에 참석했다가 소주 반병에서 1병 정도 먹고 귀가 중이었다고 진술했다. 향후 조사 받으러 오라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푹 숙였다.

현장에 나온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편이어서 시민들은 대체로 음주 측정에 협조한다"면서도 "만일 거부할 경우 상황에 따라 체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들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2023.1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일부 시민들 중에는 구강청결제를 사용하거나 기관지에 좋다는 사탕을 먹었다가 음주감지기에 걸려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던 한모씨(28)는 음주 감지기에 빨간불이 뜨고 경찰이 측정을 요청하자 놀란 기색이었다.

한씨는 "저는 술 한 잔도 못 먹는다"며 "20분 전 구강청결제만 썼을 뿐"이라며 항변했다. 경찰은 한씨를 진정시키며 "구강청결제도 감지기엔 걸릴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측정기엔 수치가 따로 뜨지 않기 때문에 한 번 해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측정기에 뜬 수치는 '0.000'. 한씨는 다시 차를 끌고 귀가했다.

단속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11시20분쯤 또 다른 운전자 조모씨(49·여)가 면허 정지 수준(0.040%)으로 적발됐다.

조씨는 "6시에 저녁 식사 후 맥주 두 잔 마시고 잠깐 자다 와서 괜찮을 줄 알았다"며 "안일하게 생각했고 지금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변북로 진입로뿐만 아니라 망원동 방면으로 빠지는 골목 역시 단속 대상이었다. 버스·오토바이·택시 할 것없이 골목으로 지나가자 경찰은 이를 놓치지 않고 단속했다.

경찰은 연말연시를 맞아 늘어난 술자리에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음주운전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음주운전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주야간을 불문하고 단속 시간과 장소를 수시로 변경해 단속할 예정이다. 또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목요일에 경찰청 주관으로 전국 일제 단속을 시행하고 각 시도 경찰청 주관으로 주2회 이상 일제 단속도 이어간다.

경찰은 올해 음주운전 지속 단속과 상습 운전자 차량 압수·몰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음주운전 근절 대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10월 말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전년 같은 기간(1만2273건) 대비 17.7% 줄어든 1만10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178명에서 95명으로 46.6% 감소했다.

지형배 마포경찰서 교통안전1팀장은 "연말이라 회식 자리가 많겠지만 음주운전은 결코 해선 안 된다"며 "제일 안전한 건 승용차를 끌고 오지 말고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하는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