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집에서 주무셔야지"하며 '슬쩍'…송년회 시즌 '부축빼기' 주의보

서울 지하철서 검거된 부축빼기범 1년 새 두배 늘어
잠든 취객이 범행 대상…휴대전화 집중적으로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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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유민주 기자 = 술을 마시면 조는 버릇이 있는 직장인 임모씨는 요즘 회식 중 알딸딸하다 싶으면 곧바로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 지하철에서 잠이 든 취객을 도와주는 척 금품을 훔쳐 가는 '부축빼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임씨는 "주변에서 오버한다고 뭐라고 하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말했다.

연말 송년회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취객을 노리는 부축빼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 검거된 부축빼기 범죄자는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범행의 타깃이 될까 두려워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점차 많아지는 모습이다.

10일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올 11월말 기준 관내 지하철에서 검거된 부축빼기범은 모두 26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15명이 구속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검거된 범죄자(13명)의 곱절이다. 이달 들어서도 부축빼기 범죄자들이 속속 검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축빼기 범죄자들은 지하철이나 지하철 승차장, 골목길 등에서 자고 있는 취객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은 주로 휴대전화를 훔쳐 유심칩을 제거한 후 장물아비에게 팔아넘긴다.

부축빼기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흔한 범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식하는 직장인이 줄면서 자연스레 감소했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부축빼기 검거 건수는 2020년 415건에서 2021년 211건으로 큰폭 줄었다가 지난해 347건으로 늘었다. 지난 7월에는 강남, 서초 유흥가를 돌며 취객을 상대로 1년간 5500만원을 갈취한 30대가 구속되기도 했다.

일선 경찰들은 연말 송년회가 집중되는 12월이 부축빼기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지하철에서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철에서 잠깐 잠을 청하는 취객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씨(35)는 "술에 취해 지하철에서 잠이 든 적이 종종 있어 불안하긴 하다"며 "될 수 있다면 술을 줄이거나, 큰길로 걸어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씨(33)는 "부축빼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더 가져야겠지만, 사법기관도 강력하게 처벌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경찰도 긴장감을 갖고 예방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발생 시간·장소·지하철 호선 등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 추적 전담 경찰관과 당직 근무자를 배치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그간 축적한 범죄 데이터를 활용하여 끝까지 추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