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법' 통과된다면 남은 식용견들 어디로 갈까[체크리스트]
보상·지원책 현실적 가능할까…육견협회 "정부, 면담 불응"
동물보호센터 포화…"보호소 수용 어려워 안락사 가능성도"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개고기. 이번엔 정말 금지될까요?
정부와 여야가 올해 안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12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 식용 금지 특별법안은 5개입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해당 법안들을 법안소위 안건으로 올려 논의에 들어갑니다.
만약 해당 법안이 소위에서 의결이 되고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2027년부터 식용을 위한 개 사육과 도축유통·판매 등이 금지됩니다. 특별법 제정과 함께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는 제외됩니다.
개고기 식용에 부정적인 여론에 힘입어 법안 통과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돼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특별법 시행 이후 업종별 보상책과 남은 식용견 보호 여부 등을 짚어봤습니다.
◇ 상인·농가 "생계 책임져"…천문학적인 보상 비용에 '막막'
특별법에는 식용개농장을 폐업하는 경우 폐업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농장주가 업종을 바꾸거나 다른 업종으로 취업할 경우 취업 알선 등의 지원을 하는 방안도 들어가 있습니다. 단, 지원 대상은 신고 이행 계획서 제출 등 요건을 갖춘 곳으로 한정합니다.
가뜩이나 농가와 상인들이 특별법 통과를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보상과 지원이 이뤄질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올해 초 시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1156곳의 개 농장에서 약 52만 마리가 사육돼 연간 약 38만 마리가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농가의 주장처럼 개 한 마리당 45만원씩, 사육시설 ㎡당 60만원 선에서 보상한다고 가정해도 보상에만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셈이죠.
더욱이 육견협회 등은 정부 실태조사가 과소 추정됐다며 실제 사육되는 개가 약 100만 마리, 소비되는 개가 연간 약 70만 마리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 식용 음식점만 전국 1600여곳에 달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보상 및 지원 비용 등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지 의문이 듭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철거 비용 지원, 전업할 시 저리 융자 지원 정도를 보상한다고 하는데 터무니없다"며 "8월부터 농림부 측에 100여 차례 전화로 면담 요청을 했는데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남은 개들은 어디로?…"보호센터 포화·안락사 우려"
남은 개들도 문제입니다. 특별법이 통과돼 농주들이 식용견 사육을 포기한다면, 농장에 있던 개들은 동물보호센터 등에서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구조된 개를 수용할 보호센터를 지을 예산이나 다른 계획은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7월 경찰은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을 급습해 100여마리를 구조해 보호센터로 옮겼습니다. 이어진 몇 차례의 도살장 개 구조 활동으로 보호센터는 이미 개들로 가득 찬지 오래라 더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호소합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동물보호센터가 넉넉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부담이 되곤 한다"며 "동물보호센터가 포화상태인 만큼 기존 보호 중인 개들이 입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만약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개들은 안락사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법이 통과된다 해도 개를 모두 보호소에 수용하는 건 사실상 어려워 안락사 등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개 식용 금지 이후에도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할 것인지 동시에 논의를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특별법 시행 전부터 개 식용 관련 단속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현행법으로도 조치할 게 많아 현행법을 갖고도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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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