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행인 시선 오싹해요"…흉흉한 범죄에 여성 자영업자들 불안 호소

성희롱하고 껴안고…여성 자영업자·알바생 대상 범죄 증가
커뮤니티·SNS에서도 고민 공유…"피해 구체적으로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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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길 가던 행인이 밖에서 아무 이유 없이 저를 응시할 때가 있어요. 섬뜩하죠."

서울 영등포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최근 가게 유리문에 시선 차단 필름을 붙였다. 필름을 붙이면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씨는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가게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행인이 가끔 있는데 최근 여자 혼자 있는 가게를 대상으로 범죄가 종종 발생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그런 사람이 많은 건 아니다"면서도 "혼자 일하는데 갑자기 범죄가 발생하면 바로 신고할 수도 없고 대처가 쉽지 않을 테니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성 혼자 일하는 가게를 겨냥한 범죄가 최근 잇따르면서 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단골 확보가 중요한 동네 장사 특성상 강하게 대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당장 6일에는 "바지 지퍼가 열려있으니 언제든 오라"며 식당 주인을 강제로 안으려 한 60대 남성이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됐다.

앞서 7월엔 인천의 카페에서 70대 남성이 자동판매기 사용을 돕던 사장을 강제로 안았다 경찰에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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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40대 김모씨는 요즘 업무시간만 되면 긴장된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일할 때마다 찾아와 커피와 주전부리를 건네며 10~20분간 말을 걸거나 쳐다보는 손님 때문이다.

김씨는 "매번 먹을 것을 주는데 흉흉한 일이 많다 보니 입에도 대지 않는다"며 "매일 찾아와도 내 가게가 아니어서 막을 수도 없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혼자 제빵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나이 든 남자 손님이 들어오면 '다나까'로 말투를 바꿔 딱딱하게 대응한다"며 "성희롱이나 막말이 일상이라 부딪히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 강북구에서 9년째 1인 카페를 운영한다는 70대 이모씨는 "인근에 술집이 많아 늦은 저녁 취객이 올 때가 있다"라며 "술 취해 계산대를 넘어오려 하면 솔직히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자영업자가 많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우려가 심심찮게 보인다. '호신용품을 카운터 밑에 둔다' '늦은 시간 주문 때는 문을 잠가놓고 배달기사 얼굴을 확인한 뒤 열어준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상담 안내가 오면 녹취,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상담소와 수사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라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