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상 일부 공개, 처벌불원서 강요"…황의조 법적 처벌 가능성은
피해자 직업·결혼 여부 공개만으로는 명예훼손 입증 어려워
'처벌 불원서' 요청 과정서 연락 내용·발송 빈도 중요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해자 신상을 일부 공개하고 지인에게 피해자 연락처를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2차 가해' 논란이 뜨겁다.
특히 경찰이 2차 가해와 관련해 법리 검토에 들어가면서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에선 '2차 가해'의 경우 명예훼손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이름 등 명확한 특정성이 내포되지 않아 처벌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인을 통해 형수 처벌 불원서를 피해자에게 요청한 부분에선 단순 협박죄부터 크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면담강요죄까지 가중 처벌 될 여지가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피해자 직업·결혼 여부 입장문에 적시 '2차 가해' 논란…명예훼손 입증 쉽지 않아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황씨의 불법 촬영 피해자는 2명이다. 황씨는 지난 7월 유포된 연인과의 사생활 영상에 대해 '합의된 촬영'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일부 신원을 공개하고 피해자에게 형수 처벌 불원서를 요구하며 지인에게 연락처 등 신상을 유포 후 연락 시도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2차 가해 의혹과 관련) 입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법리 검토 중"이라며 "법무법인이든 황씨든 2차 가해 책임이 있다면 폭넓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리 검토'의 범위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분야는 명예훼손이다. 황씨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11월21일 배포한 2차 입장문에서 "상대 여성은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고 명시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름, 종사 인원이 적은 특수직종 등 누구나 특정이 가능할 수준의 정보를 공개한 게 아니라면 실질적 혐의 인정은 어렵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2차 가해 측면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받으려면 실명 등 명확한 지표가 나오거나 제공된 정보만으로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남자배우가 동료 여자배우 성추행 후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피해자 신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사례가 있는데 이때 명예훼손을 인정받은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남자 배우로 활동했던 조덕제는 지난 2015년 영화 촬영 중 여자 배우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이후 재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자신의 배우자와 같이 피해자 신원을 드러내며 그를 모욕하는 글을 SNS에 게재해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바 있다.
◇ 황의조, 피해자에게 지인 동원해 처벌 불원서 작성 요청…"연락 내용·발송 빈도 중요"
황씨는 사생활 영상 유포 피의자가 형수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피해자에게 연락해 처벌 불원서 작성을 요청하고, 피해자가 응하지 않자 지인에게 피해자 연락처를 준 뒤 함께 처벌 불원서를 요청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는 일면식이 없던 황씨의 지인 연락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연락 내용 및 발송 빈도 등에서 혐의가 입증됐을 때 형법상 협박 또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내용에 맥락상 피해자 위협 또는 사회적 평가 저하 표현이 들어가 있으면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황씨 측에서 지속해서 연락을 취한 것이 확인된다면 스토킹 처벌법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면담강요죄 적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가법 제5조9에 따르면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면담강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대표적 사례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다. 그는 소속가수 비아이의 마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등)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는 지난달 8일 2심에서 양 전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대표라는 점을 이용해 소속 연예인의 마약류 범행 진술 번복을 요구했고 실제로 번복에 따라 내사가 종결됐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이 제약되고 형사사법 기능이 상당 기간 침해됐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성범죄 전문 이승혜 변호사(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는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 연락을 취한 경우엔 스토킹처벌법과 특가법상 면담강요죄 적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며 "연락 빈도, 피해자의 거절 의사 등을 반영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법령상 위력 강요라는 측면이 꼭 직급 등 명확한 형태로 드러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