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한 잔도 벌벌" 취업난과 고물가에 '무료 공간' 찾는 취준생들
취준생들 '오픈런' 몰리는 청년센터…무료 학습 공간 절실
"지자체·민간 청년 위항 학습 시설 이용 바우처 지급 고민해야"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아침 10시 문 열 때부터 밤 10시 문 닫을 때까지 있어요."
서울 구로구 한 고시원에서 산다는 30대 남성 김모씨는 새벽에 일어나 전날 공부한 내용을 복기하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김씨가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는 행동)'하는 곳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한 청년센터. 만 19세부터 39세 청년이면 누구나 학습 공간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김씨는 이곳을 자주 애용한다고 했다.
7개월째 IT계열 이직을 준비 중인 김씨는 고시원 월세를 포함해서 한 달에 80만원 정도 낸다. 한창 스터디 모임에 들어가 있을 때는 스터디룸 대여 비용만 분담해도 월 10만~20만원이 더 들어서 월 100만원 넘게 지출했다고 한다. 김씨는 "청년취업지원금도 지금 끊긴 상황이라 전 직장에서 모은 돈으로만 생활한다"며 "돈이 동나기 시작해서 여기 와서 공부하고 점심은 7000원 이내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분야 이직을 준비하고자 퇴사했다는 30대 후반 남성 홍모씨도 비슷한 상황. 홍씨는 "커피값도 이제 주문하기 손 떨린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개발 분야도 점점 포화상태가 되다 보니 이직 준비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얼마 전부턴 식비랑 주거비도 아낄겸 본가에 잠시 들어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씨는 "하루 이틀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준비하다 보니 커피값이나 스터디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이 크다"며 "이제 진짜 안 되겠다 싶어 지난주부터 이곳 무료 공간센터에 와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취업난과 고물가에 커피값마저 부담스러워진 청년들이 비용 부담이 없는 공간을 찾고 있다. 지자체 주민들이 우선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 학생증만 보여주면 무료입장이 가능한 스터디카페 등 후기가 떠오르며 입소문 따라 먼 발걸음을 옮기는 모양새다.
같은 날 오후에 찾아간 서울성동구 소재 한 무료 스터디카페. 20~30명 넘는 대학생과 취준생들로 붐비는 카페에서 학생들은 무료로 주는 음료를 가져와 마시기도 하고, 근처 밖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준비 중이라는 조모씨(27·여)는 "학교 도서관도 졸업 후 일정 기간만 출입할 수 있어 지금은 이용이 어려운 상태"라며 "일반 사설 스터디룸은 비용도 부담되고 예약 시간도 제한돼 있어 보통 이 카페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사기업 취업 준비 중이라는 대학생 4학년 권모씨(23·여)는 "하루에 2만원 내외로 이용하려는 편인데 학식·커피 등 먹다 보면 1만5000원이 훌쩍 넘는다"며 "그래서 스터디카페보다는 이런 무료 시설들을 이용하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오늘도 밤 10시에 이곳 문 닫으면 학교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가 지난해부터 5분기 연속 증가 폭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는 일자리가 늘고 있는데 20대 이하 일자리만 6만8000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수 자체보단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노동경직성까지 강해 한 번에 좋은 곳으로 취업하려다 보니 점점 일자리를 못 구하고 계속 준비만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구직하려는 청년들이 많아지다 보니 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지자체 차원뿐만 아니라 민간에 있는 학습 시설들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게 바우처 보급을 확대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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