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투자하면 떼돈"…923억 가로챈 사기단 부총책 국내 송환

습지에 건축 허가도 못받아…가짜 사진·동영상으로 공사 가장
여성 노년층 노려 방문 유도…국내송환 거부 대비 의료인 동행

피해자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사기조직 만든 책자. (자료=경찰청)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1230명으로부터 923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사기 조직의 부총책이 강제 송환됐다.

경찰청은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사기 혐의 피의자 A씨(48)를 송환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서울·인천·부산 등지에서 총책인 친형 B씨를 포함한 공범 34명과 함께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에 양도세·상속세가 없는 2700세대 규모의 고급 주택을 분양한다고 허위로 홍보해 1230명에게서 92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해당 조직이 홍보한 부동산은 건축 허가를 받지 않아 공사가 불가능했고 부지 또한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습지였다.

일당은 과거 다단계 방문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60대 이상 여성 노년층이 많이 모이는 지역 미용실 등에서 고객으로 접근한 뒤 사무실 방문을 유도해 주택 분양이 임박한 것처럼 속였다. 특히 "한강의 기적이 메콩강의 기적으로! 부동산 강남 신화가 캄보디아에서 펼쳐집니다"라는 내용의 분양 홍보 영상과 책자를 제작해 투자를 유도했다.

A씨는 프놈펜에 현지 사무실을 조성해 다른 공사 현장 사진·동영상을 촬영한 뒤 주택 공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등 범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사기 조직원 28명을 검거하면서 B씨를 포함한 2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범행을 주도한 A씨가 검거되지 않아 인터폴 적색 수배서를 발부한 뒤 추적을 시작했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은 A씨가 신장 투석을 위해 통원 치료 중인 병원을 확인했다. 이후 캄보디아 경찰청 정보국을 통해 은신처 3곳을 확인하고 밀착 감시했으며 비밀리에 담당 주치의를 포섭해 병원 방문 시기를 파악했다.

경찰은 A씨가 건강을 이유로 송환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송팀에 경찰병원 소속 신장 투석 전문 의료인을 포함했다. 캄보디아 정부와 협상 끝에 사전 추방 명령서를 발부받아 검거 즉시 송환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갖췄다.

검거 작전 당일인 1일 A씨가 병원에 방문하자 경찰 주재관과 현지 경찰은 병원 인근에서 치료 때까지 잠복해 A씨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은 "경찰이 대사관·현지경찰과 한 팀이 돼 해외 도피 범죄자를 검거해 송환한 수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