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8살 아이가 던진 돌…다시 불붙은 소년범 연령 하향

형사 미성년자 형벌 피해도 부모 민사 책임 가능해
연령 하향…"경각심 효과 있어"vs"능사 아냐" 여전히 논란

소년범 연령대 분류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8살 초등학생이 던진 돌멩이에 길을 걸어가던 70대 노인이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형사처벌 없이 경찰이 내사 종결을 했는데요. 이에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을 둘러싸고 다시금 논의에 불씨가 붙었습니다.

소년범 연령 하향 문제는 법조계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해묵은 논란거리이기도 합니다. <뉴스1>에서는 형사 미성년자의 개념부터 연령 하향 시 범죄율이 줄어들지 질문과 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 형사미성년자란 무엇인가

▶ 형사 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이어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나이를 말합니다.

현행법상 소년재판의 대상은 연령대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만 10세 미만을 '범법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을 '촉법소년', 14세 이상 19세 미만을 '범죄소년'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과 같이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나이가 매우 어려 어떠한 처분 없이 보호자 훈계로 종결됩니다. 촉법소년은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에 대해선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9조에 따라 형사 재판도,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다만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처분(최대 소년원 2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범죄소년은 범죄의 경중에 따라 성인과 동등한 형사처벌을 받거나 소년재판으로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 그럼 형사 미성년자의 부모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있나

▶ 가능합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와 제755조(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 책임)에 따라 감독자인 보호자에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으로 미성년자가 손해를 일으킨 게 맞는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될 것을 요구합니다.

이때 우리나라 법원은 △부모 등 감독의무자가 미성년자의 범행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범행 방지를 위해 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경우 사건 결과 발생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을 검토합니다.

- 형사 미성년자 때 범죄 저지른 후 형사 미성년자가 끝나고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 건가

▶ 처벌할 수 없습니다. 형법상 범죄행위를 저지른 시점을 기준으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나중에 법률이 바뀌어 형사 미성년자가 처벌할 수 있는 연령대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급해 적용하지 않는 법률불소급 원칙에 따라 새로운 법 적용이 불가합니다.

- 실제로 우리나라에 소년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 볼 수 있는가

▶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23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13년 4334명이었던 보호처분 촉법소년은 2014년 2894명으로 줄었습니다. 이후 2020년에도 전년 대비 400여명 감소(3465명)했다가 지난해엔 5245명으로 증가했습니다. 5000명대를 넘은 건 처음이지만, 그렇다고 법무부의 말처럼 '매년 증가 추세'라고 보긴 아직 어렵습니다.

2023 대법원 사법연감 갈무리

- 20여 년 전 헌법재판소에선 형사 미성년자 규정이 합헌이라 했는데

▶ 지난 20년 전에도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두고 헌법소원 심판이 있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도록 한 형법의 형사 미성년자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2002헌마533).

헌재는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형벌 이외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형사정책적 고려를 가미한 규정"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보충 의견이 있었습니다. 전효숙 재판관은 "국가가 12세 미만의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 의무를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어 "형법 및 소년법 규정을 재검토하고 이를 보완하는 입법적 시정조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 형사 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만 13세로 낮추면 소년범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나뉩니다. 인터넷 같은 매스미디어의 발달, 경제·교육 여건의 발전까지 헌재 결정이 있었던 20년 전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형사 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우세합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 '나도 벌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경각심을 준다면, 아이와 부모에게도 계도나 사전 예방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같은 해외에서도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췄다가 재범률 등 부작용이 심해 다시 연령을 상향하는 추세"라며 "소년범은 성인범과 뇌의 성장 속도가 상이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