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벗방' 야근중 맥주캔 사진…징계 근거된 '이것'[알고보니]

발령 전 인방 활동 7급 공무원…'품위 유지 위반' 징계 수순
공무원 품위 손상 판단 기준은 '사회통념'…모호하다 지적도

편집자주 ...은 격주마다 '알고보니'를 연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그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사안을 풀어 쓰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알고 나면 손해 보지 않는 꿀팁'이 되도록 열심히 취재하고 쓰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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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정식 발령도 안 받았다면서요. 뭐가 문제인지?" "공무원은 공무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에이 그래도 공무원인데 지킬 건 지켜야죠" "공무원은 겸직 금지가 당연한데요"

모 7급 공무원이 인터넷 방송에서 선정적인 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것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식 발령 전 행동인 만큼 문제를 삼는 건 과하다는 의견과 '공무원은 공무원다워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가공무원법에 '품위 유지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 만큼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이번 사안과 별개로 공무원의 '품의 유지 의무'가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위 손상에 영리행위까지…법조계 "중징계 불가피"

20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7급 주무관인 20대 여성 A씨는 시보 시절 성인 전용 인터넷 방송 활동을 하다가 동료의 신고로 적발돼 내부 감사를 받고 있다. 시보란 정식 임용 전 대기 상태인 신분을 말한다. A씨는 방송에서 자신을 공무원으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에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인터넷 방송으로 이익을 얻은 만큼 해당 부처에서는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조항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정식 발령이 되진 않았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영리 행위까지 벌인 만큼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OO부처의 OO과 공무원이다' 같이 자신의 소속과 업무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면 한층 심각한 품위 손상으로 볼 수 있으나 그러지 않았다면 참작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품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갖춰야 할 위엄이나 기품'이다. 대법원은 이를 '공직의 체면, 신용을 유지하고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의 직책을 다함에 손색이 없는 몸가짐을 뜻하는 것으로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만약 A씨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으면 곧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뜻이 된다.

◇품위 유지 의무 조항 '모호'…구체적 기준도 없어

A씨의 징계와 별개로 국가공무원법의 '품위 유지 의무' 조항에는 늘 '모호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통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품위 손상의 기준은 '사회 통념상 공직자가 저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사회가 바뀌어가면서 품위 손상에 대한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여러가지 자격 등을 명시하는 것도 불가능한 만큼 '품위 유지'로 묶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꼭 범죄 행위가 아니더라도 언론에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등 공직 자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다"며 "품위의 잣대는 시대의 정서나 문화에 의해 달라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미리 정할 수도, 정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품위 유지 의무 조항 위헌 주장도

일각에선 품위 유지 의무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기본권을 과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결론냈다. 지난 2016년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해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사적 영역에서의 행동을 문제 삼는 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해당 조항(국가공무원법 제63조)은 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서도 건실하게 생활을 요구해 공무원 개인과 공직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무원 개인의 불이익보다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공무원의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을 확보한다는 공익이 현저히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공무원의 품위 손상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지난 8월에는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왕의 DNA'를 언급하며 갑질을 한 교육부 모 사무관에 대해 교육부가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천 모 구청의 임기제 공무원은 5m가량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품위유지 위반으로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광주 남구청 공무원이 초과근무 중 맥주캔 인증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