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파장에 숨 죽이며 촉각 세운 경찰…"사실관계 확인"

'의혹 연루' 시도청장 출신 전 경찰 간부 전날 숨진 채 발견
"침울하다" "당혹스럽다" "파장 가늠 안 된다" 등 반응 이어져

경찰청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이른바 '사건 브로커'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숨을 죽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해당 의혹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됐던 시도경찰청장 출신의 전 고위 간부가 최근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어디로 흐를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청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검은 광주·전남지역 등에서 활동한 '사건 브로커' 성모씨(62)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성씨는 피의자로부터 받은 돈을 수사 관계자에게 건네고 경찰 고위직과 관련한 인사 청탁 비리나 수사 정보 유출 의혹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가 2020년 8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사기 등으로 조사받은 공여자들로부터 받은 금품은 18억원 상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그는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10일 전 경찰관 A씨(경감 퇴직)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 경찰관 B씨(경무관 퇴직)를 이미 구속한 상태다. 경무관은 경찰 서열 네 번째 계급으로, 군의 장군에 해당된다. A씨와 B씨는 인사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건 연장선상으로 서울 목포경찰서를 압수수색했으며 경찰관 D씨를 소환조사했다.

애초 이 사건은 '지역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다 전남경찰청장 출신의 전 경찰 고위 간부 E씨가 전날(15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지난 9월 한 코인 사기 용의자와 관련한 검경의 '수사 무마'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사건 브로커를 통한 전현직 경찰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했는데 E씨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전남경찰청 3개 연도 인사고과 자료'를 확보했는데 이 당시 전남청장이 E씨여서 '그가 사건에 직접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침울하다' '당혹스럽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최근 연이어 경찰의 논란과 관련한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이 사건의 여파가 어디로 향할지 가늠이 안 된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경찰 다른 관계자는 "숨진 E씨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며 "현직 시절 존재감이 작지 않았던 만큼 예상치 못한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도경찰청의 한 간부는 "너무나 안타깝다"며 "사안이 너무 예민해 무엇이라고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사건 브로커' 관련 의혹에 현직 경찰 간부도 연루됐다는 소문도 무성한 상태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비위 여부를 확인해야 감찰에 착수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 브로커' 의혹에 이어 현직 간부의 '외압 의혹' 까지 불거져 경찰 내부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앞서 15일 경무관급 경찰 간부 F씨가 마약 조직과 세관의 필로폰 밀반입 공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에게 한 차례 전화해 사실상 외압을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경찰청은 이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해당 간부는 그러나 외압 의혹에 강하게 반박했다. F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외압이 아니다"라며 "단순 기관 협조 차원에서 언론브리핑에 세관 직원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려고 했을 뿐 수사 내용 언급도 없었고 수사 개입과 의도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