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가 주식 추천?…유명인 사칭 광고, 정부 경고 왜 안 먹히나

정부 엄중 대응 방침에도 반복되는 유명인 사칭 광고
현행법으로 처벌 힘들어…"섣불리 규제 시 풍선 효과 우려"

인스타그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칭 광고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이기범 홍유진 기자 = "안녕하세요 여러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이부진입니다."

유명인을 사칭한 사회관계망(SNS) 광고가 수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까지 이름만 달리해 투자를 권유하며 주식 리딩방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사기 피해 우려가 쏟아지자 정부는 엄중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광고 플랫폼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확대되고 사칭 대상도 오히려 늘고 있다.

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SNS 유명인 사칭 광고는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송인 유재석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김미경 강사, 개그맨 황현희, 유튜버 슈카 등 명성이 있다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사칭이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 김범수' 사칭 광고 눌러봤더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사칭한 광고의 경우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저의 투자 방법을 공개하게 됐다" "내가 추천한 주식은 지난주에 145% 상승했다"며 주식 리딩방으로 안내한다.

해당 광고는 지인들의 실시간 소식을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무작위로 노출됐다. 광고에서 안내하는 링크를 클릭하자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의 사이트로 연결됐고, 이는 다시 카카오톡 1:1 채팅으로 이어졌다.

광고에 나온 대로 "77"이라고 입력하자 '김범수'라는 이름의 계정이 말을 걸며 주식 리딩방으로 초대했다. 이 채팅방에는 총 57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비슷한 수법으로 유재석을 사칭한 광고를 통해 연결된 네이버 밴드 주식 리딩방에는 75명이 참여 중이었다. 실제 사기 피해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페이스북 유튜버 '슈카' 사칭 광고 (페이스북 갈무리)

◇정부 엄중 대응 방침에도 여전한 이유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명인 사칭해 불법 금융투자업을 영위한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시정 요구 의결 및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7일에도 재차 '민생침해 경제범죄정보'를 연말까지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 국내 법인 관계자는 "타인 사칭 계정은 메타 정책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다"며 "내부적으로도 현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사칭 계정 단속을 위해 추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명인 사칭 광고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행법상 이 같은 사칭 광고를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다른 사람을 사칭한 것만으로 처벌할 순 없고 돈이 오고 가야 사기죄에 해당해 처벌 가능하다"며 "사칭을 통해 누군가를 속여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어야만 사기가 된다"고 말했다.

방심위의 제재 역시 한계가 있다. 민간 기구인 방심위의 시정 요구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형사처벌 등 법적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사후 심의인 만큼 광고물 링크 주소를 변경할 경우 재차 심의를 해야 해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 결국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규제에 맡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가 또 다른 풍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부문 대표변호사는 "유명인 사칭 광고를 사전 심의로 규제할 경우 광고 시장 위축 등 풍선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사전 심의로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려는 순간 검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전 심의로 사기 여부를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방송광고 사전 심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역시 2015년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현재 자율심의기구에 의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