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주가 저 치우겠다고"…간접고용해놓고 갑질하는 원청

해고·임금 개입하고 업무 직접지시 적지 않아
"노조법 2조 개정 절실…거부권 행사 말아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원청 사용자가 하청업체 직원의 해고나 임금 삭감 등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제보를 통해 다수 확인됐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를 분석한 결과 원청의 간접고용 노동자 갑질 사례 153건 중 36건(23.5%)이 '원청의 인사 개입' 유형이라고 5일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원청 사용자가 하청·도급·용역·파견 등 간접노동 노동자의 징계와 해고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견직 비서로 근무했다는 A씨는 제보 메일을 통해 "사업사용주가 절 보기 싫다며 파견사에 부서 이동을 요청했고 파견사는 처음에 퇴사하라고 권유했다"며 "사용주가 저를 하루빨리 치우고 새 비서를 뽑고 싶어 한다고 파견사를 통해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원청 사용자가 임금의 수준과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휴가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사례도 있다.

대학병원 IT 부서에서 용역사업 상주인력으로 근무하는 B씨는 제보 메일에서 "병원에서 1주일에 3명 이상 휴가를 연달아 붙여 가지 못하게 했다"며 "1년에 13일 이외의 휴가 건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도록 요구해 저희는 법정 휴가일인 15일조차 수년 동안 다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갑질119는 원청사가 간접고용 노동자의 급여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소속을 계속 옮기는 부당한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간접고용자의 업무를 직접 지시하고 감독하는 원청사도 있다고 꼬집었다.

직장갑질119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 사용자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의 법적 정의에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미치는 자'를 포함해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와 근로조건 협상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야권은 정기국회에서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은 상황이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8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조법 2조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71.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응답은 44.4%,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답변은 20.6%였다.

직장갑질119 김현근 노무사는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법안에 힘을 실어주진 못할망정 법원과 국제노동기구의 결정을 거스르며 발목을 잡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