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출동시간 최하위→최상위권…환골탈태한 이 경찰서 어디

송파서, 도보·차량순찰 접목 '스팟순찰' 도입…신속대응·범죄예방
'코로나 세대' 경찰관 위해 OJT 도보순찰 시행…베테랑·신입, 짝 이뤄

서울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 소속 홍순욱 경사와 정승현 경장이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일대에서 순찰하고 있다. 2023.10.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유민주 기자 = "남자 한 명이 무인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나고 있어요! 한두 번 훔친 게 아니에요. 상습범입니다! 꼭 잡아주세요!“

지난 19일 오후 5시쯤 서울 송파경찰서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 무인점포가 털렸다는 신고였다. 가게 주인은 흥분한 목소리로 경찰에 범인을 꼭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 내 최고 대응 단계인 '코드 제로'가 내려졌다. 방이지구대 경찰관들은 즉시 출동해했고 도주 중인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장에 도착까지 소요된 시간은 47초. 서울 관내 경찰의 평균 출동 시간과 비교하면 3분 이상 빠르다.

이는 차량 순찰과 도보 순찰을 결합한 송파경찰서(서장 김동권)의 '스팟(Spot) 순찰' 제도 덕분이다.

'스팟 순찰'이란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거점' 지역까지 순찰차로 이동한 뒤 하차해 순찰차 반경 50m 이내를 도보로 순찰하는 방식이다. 송파경찰서는 지난 8월 이상동기 범죄 대응 차원에서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했다.

차량 순찰은 범죄가 예상되는 지점이나 출동이 용이한 지점에서 경찰관이 순찰차에 승차한 상태로 거점 근무하는 방식이다. 구석구석 순찰하는 도보 순찰의 효과를 낼 수가 없었다. 도보 순찰도 폭염이나 우천 시 진행하기 어렵고 기동성이 떨어져,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현장 출동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 소속 정승현 경장이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2023.10.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뉴스1>은 지난 19일 오전 10시 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를 찾아 순찰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오전 거점으로 선정된 곳은 '잠실 먹자골목'. 평일 저녁에도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오전 시간이라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편의점 앞 10m 지점에 차량을 세우고 도보순찰을 시작했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방범 시설물 등을 점검했다.

편의점은 주요 순찰 대상 중 한 곳이다. 범죄 신고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절도범이나 강도의 주된 타깃이라 수시로 확인한다.

경찰은 이날도 편의점 계산대에 설치된 비상벨 작동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

심승섭 잠실지구대장은 "피해가 발생하고 출동하는 건 수동적인 근무 방식"이라며 "신고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방범 시설물이나 비상벨 작동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지, 편의점 근무자가 작동법을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순찰을 마친 후 인근 복도식 아파트로 이동했다. 최근 대낮 빈집털이 범죄가 속출하는 만큼 경찰은 아파트도 주요 순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직접 아파트 복도 철문을 흔들어 보는 등 취약한 부분을 점검했다.

순찰 중 급박한 무전이 들려왔다. 인근 아파트에서 주민이 추락했으니 출동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경찰은 즉시 순찰차로 복귀해, 현장에 2분여 만에 도착했다. 3층 높이에서 감을 따던 중 추락한 사고로,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스팟 순찰'에 대한 인근 주민과 상인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오금동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경찰이 한 번씩만 다녀가도 마음이 놓이는데, 주기적으로 찾아오니 너무 든든하다"며 "절도 범죄 예방을 위해 판매대 구조를 바꾸라는 조언도 받았다"고 말했다.

성과도 상당하다. 지난 8월31일 오후 5시쯤 송파구 석촌동 소재 모 공원에서 "낫을 바닥에 끌고 다니는 주취자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1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지난달 말 새벽 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만취 운전자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30초 만에 현장에 도착해서 도주 직전의 운전자를 검거했다.

◇현장 출동 속도 최상위권으로…'코로나 세대' 위한 OJT 도보순찰도

송파서는 관할 지역이 넓은 만큼 치안 수요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수많은 112신고에 대응하다 보니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 1월 말까지 송파서의 긴급신고 평균 현장 도착시간은 서울 관내 31개 경찰서 중 최하위권이었다. 지역경찰활동의 양대 핵심축이 '신속한 현장출동'과 '예방순찰'이라는 점에서, '출동 시간'은 송파경찰서의 난제였다.

변화는 3월부터 시작됐다. 송파서는 현장 도착시간 단축을 위해 '지역경찰 순찰근무 활성화'와 '으뜸순찰팀' 제도를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순찰차별로 범죄가 예상되는 지점이나 출동이 용이한 지점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로 순찰을 하다가 112 신고 접수 시 바로 출동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112 신고시 송파서의 현장 도착 시간은 2월말 4분43초에서 제도 도입 후 3월말 3분43초로 1분이나 빨라졌다. 송파서의 뚜렷한 성과에 서울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송파서의 순찰 기법을 관내 전 경찰서로 확대 적용했다.

스팟 순찰 도입 후에는 출동 시간을 더 앞당겼다. 지난 여름 서울 신림동 등에서 이상동기 범죄가 속출하자 송파서는 '순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팟 순찰을 도입했는데, 되레 출동시간이 더 단축됐다는 게 송파서의 설명이다.

10월 첫째주 기준 송파서의 현장 출동 시간은 3분12초다. 6월 말 3분43초 대비 30초가량 줄었다. 서울경찰청 전체 경찰서의 평균 출동 시간은 4분7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지난달 일일 회의에서 송파서의 '스팟 순찰'을 모범 사례로 꼽고 전 경찰서로 확대 시행했다. 지방경찰청에서 일선 경찰서의 사례를 두 번이나 주요 치안 정책으로 삼은 것이다.

송파서는 스팟 순찰 외에 'OJT 도보순찰'도 시행하고 있다.

지구대장(파출소장)이나 경감·경위급이 순찰경험이 부족한 젊은 직원을 데리고 무인점포 등 최근 112신고가 많은 장소 등을 다니면서 방범진단, 불심검문, 첩보수집 방법을 현장실무교육(OJT) 방식으로 교육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최근 이상동기 범죄가 늘어나면서 도보 순찰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경찰관이 후배를 교육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경찰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감염 예방을 위해 도보 순찰을 제한적으로 실시했다. 이 때문에 팬데믹 시기 경찰이 된 이른바 '코로나 세대'는 방범 진단이나 검문 검색 등 도보순찰 요령을 익히지 못했다.

내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경찰이 된 오금파출소의 최아진 순경은 "인근 지리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는데, 선배 경찰관과 같이 다니면서 금방 익히게 됐다"며 "사건 발생 시 선배 경찰관이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배우게 되는데,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낙길 오금파출소장은 "코로나 시기에 들어온 경찰관은 시민을 대하는 게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며 "요즘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인근 주민에게 알려주는 등 시민들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러한 현장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부석 송파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지난 19일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파서의 '특별한' 순찰 기법들은 대부분 김부석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김 실장은 신속한 현장출동과 가시적 예방순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올해 초 부임 후 머리를 싸매왔다.

그는 "흉악범죄가 발생했을 때 현장 대응력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신속한 현장출동'"이라며 "순찰차와 경찰관들의 모습이 눈에 자주 띄고, 112신고가 떨어지자마자 신속하게 출동하니 지역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순찰 기법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건 김동권 서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순찰 기법들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순찰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김 실장은 별도의 '자원근무 개선방안'을 마련해 부족한 근무자들을 충원했다.

그는 "스팟 순찰, OJT 순찰, 그리고 자원근무자 충원이라는 세개의 톱니바뀌가 맞물려 돌아가야 신속한 현장출동과 예방순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