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그냥 사업하세요…임신할거면 인사평가 못 챙겨준다

직장갑질119 임산부의 날 설문조사…직장인 40% 출산휴가 '그림의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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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육아휴직 등 법적 제도의 도움을 받으려다가 사측으로부터 제가 선례를 만들면 다른 직원들에게 이를 사용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거란 지적을 받았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원하는 대로 다 하고 싶으면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입니다. 상사가 저를 볼 때마다 임신 및 휴직 계획을 물어보고 임신 계획이 머지 않았으면 인사평가를 챙겨주기 어렵다는 식으로 언급합니다. 타이밍 잘 생각해 2세 계획을 잡으라고 돌려 말할 때가 많습니다.

2005년 '임산부의 날'이 제정되고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직장인 10명 중 4명(40.0%)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출산휴가는 출산전후(유산·사산)기간에 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1명 출산 시 90일(유급 60일), 2명 출산 시 120일(유급 75일) 사용 가능하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장갑질119는 아름다운재단과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오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진행됐으며 9월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수치는 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일수록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한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약 58.3%로, 정규직(27.8%)보다 2배 가량 높았다.

5인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10명 중 7명(67.5%)이 출산휴가를 자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답한 반면 공공기관(16.1%) 및 대기업(23.0%) 근로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의 경우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명 중 1명(45.5%) 꼴로 출산휴가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34.8%)보다 비정규직(61.5%)일수록, 공공기관(19.5%) 및 대기업(28,9%)보다 5인미만 소기업(69.9%)일수록 육아휴직의 자유로운 사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은 근로자인 부모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경우 최대 1년까지 신청 가능한 휴직 제도다. 휴직 기간동안 통상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으며 70만~150만원 수준에서 책정된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 및 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했을 때 해고 및 권고사직, 인사발령 등 조치를 취하는 회사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가 2021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임신육아갑질' 이메일 제보 54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해고 및 권고사직이 20건(37.0%), 부당평가 및 인사발령 13건(24.1%), 직장내 괴롭힘 10건(18.5%) 순으로 많았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출산, 육아휴직 미부여 또는 이를 사용한 노동자를 향한 불리한 처우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지만 고용노동부는 방관하고 있다"며 "초저출산 국가 탈출을 위해선 여성이 일터에서 최소한의 제도를 당연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