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범행 지시"…'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900억 코인 사기 기소

사기 혐의 등으로 동생 이희문씨와 함께 구속기소
이씨 형제, 빼돌린 돈으로 고급 부동산 등 매수해

미술품 조각투자 피카코인 등 3개 코인 관련 사기·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오른쪽)씨가 동생 이희문씨, 이씨 형제가 운영하는 코인 발행업체 직원 김모씨와 함께 15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9.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청담동 주식 부자'로 이름을 알렸다가 불법 주식거래로 실형을 살았던 이희진씨(37)가 900억원대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동생 이희문씨(35)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과 사기 혐의를 받는 이씨 형제를 구속 기소했다. 형제의 범행에 가담한 A씨(34)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카코인 등 3개 코인을 발행‧상장하고 유튜브 방송 을 동원하는 등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으로 암호화폐 가격을 부양한 후 고가에 매도해 총 89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 형제는 또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암호화폐 판매 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412.12개(당시 270억원 상당)를 발행 재단으로 반환하지 않고 해외 거래소의 차명 계정으로 이체해 임의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형제는 빼돌린 판매대금을 청담동 소재 고급 부동산의 매수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이희진씨는 주식 사기로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2019년 G코인 발행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하고 동생 등을 통해 회사를 경영하며 코인의 발행·유통·상장 등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이희진씨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 매매회사를 세워 약 13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2020년 3월 만기 출소한 바 있다.

이희진씨의 범행은 석방 후 더욱 대범해졌다. 이희진씨는 석방 직후부터 2021년까지 수많은 스캠 코인(사업 실체를 속이고 투자금을 편취하는 암호화폐)을 직접 발행하고 유통하면서 공장처럼 대량으로 찍어냈다. 몇몇 스캠 코인은 블록딜로 저가매수 후 유통하며 시세를 조종했다.

범행은 체계적이었다. 이희진씨의 지시 아래 직원 약 20명이 암호화폐 발행 및 매도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백서 제작, 암호화폐 홍보글 게시, 시세조종 등 분업화된 형태로 일했다.

범행에는 유튜브 방송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들은 신뢰성 없는 호재성 정보를 유튜브에 유포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영상이 게시되는 시점에 맞춰 암호화폐 시세를 조작해 부양했다. 이후 방송 신뢰도를 높인 후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면 고점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편취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업무협약 및 경영권 인수 관련 공지를 남발하고 투자자들을 선동해 매수를 유인하는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투자자를 리딩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가 최근 5년간 총 5조3000억원을 상회한다"며 "암호화폐 백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경우, 코인 발행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익명화돼 있는 경우, 단기에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내세울 경우 스캠 코인일 가능성이 높아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임검사가 공소유지를 직접 담당하고 피고인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을 전액 추징해 박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