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비빔밥에 된장찌개가 5300원?"…치솟는 물가에 '성지'된 이곳
20대 취준생부터 공공근로 노인까지…구내식당 외부인 2배 급증
값싼 가격에·영양 균형까지…자율배식에 양도 푸짐
- 김예원 기자,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조현기 기자 = "가격이 싸잖아요. 반찬 수도 늘 다양하고요."
19일 낮 12시20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 지하 1층에 있는 구내식당 발급기엔 4~5명으로 이뤄진 짧은 줄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들의 손엔 '직원용'인 빨간색 대신 '외부인용'인 초록색 식권이 들려 있었다.
이곳에선 평일마다 조식과 중식이 제공된다. 조식은 오전 8시10분~8시50분, 중식은 직원 기준 오전 11시30분~낮 12시20분, 외부인 기준 낮 12시20분~오후 1시까지다.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시각이 되자 70여 개의 좌석이 금세 식판을 들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식사 메뉴는 표고 콩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였다. 가격은 외부인 5300원, 직원 4600원이다. 인근 식당의 '비빔밥'과 '된장찌개' 가격을 검색해 본 결과 7000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 시 2000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국을 포함한 6개가량의 반찬, 숭늉 등은 자율 배식하게 돼 있어 원하는 만큼 식사가 가능했다. 주위엔 구청 출입증을 차는 등 직원과 외부인 비율이 6:4가량이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일평균 350명가량의 사람이 방문하는데 그중 외부인이 최근 100명가량 차지한다"며 "올해 6~7월만 해도 50여명 정도였는데 2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 등 식자재가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값싼 점심을 위한 대안으로 구청, 경찰서 등 공공기관 식당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끼니당 5000~6000원 선으로 가격이 구성될 정도로 저렴하고 매일 메뉴가 변경돼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의 발걸음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4일 방문한 서울 노원구 노원구청의 한 구내식당도 북적거리긴 마찬가지였다. 정오가 되기 전에 구청 인근은 정장을 차려입은 직장인부터 운동복 차림새의 민원인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깐풍기'로, 식사를 마치는 이들은 인근 카페까지 함께 들르며 식사 시간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구내식당을 찾은 외부인들은 2030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됐다. 이들은 구내식당의 장점으로 자율배식과 값싼 가격을 꼽았다.
영등포구청에서 공공근로 중이라는 70대 이모씨는 "분식집 같은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면 아무리 싸게 해결해도 8000~9000원은 줘야 한다"면서 "일주일에 3번은 이곳에 오는 것 같다"며 후식으로 마련된 차를 떠 마셨다.
지인과 함께 이곳을 종종 방문한다는 80대 양모씨는 "일반 식당은 가격도 비싸고 양도 한정돼 있지만, 여기선 내가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고 가격도 싸서 좋다"며 "구청 앞에 공원도 있어 산책 후 집에 들어가면 딱 알맞다"고 말했다.
영양학적 균형이 맞는 건강한 식단을 접할 수 있어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등포구청과 당산역 사이에 거주한다는 20대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편의점 같은 곳에서 라면 등으로 배를 채우니 피부 등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는데 여기선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노원구청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30대 정모씨는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땐 나 스스로가 영양분을 고려해야 하지만, 구청 식단의 경우에는 영양사분이 균형적인 식단을 짜주시지 않나"라면서 "고물가 등 여러 요인을 포함해서 이곳에서 '혼밥'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물가 인상으로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점심과 물가 상승의 합성어)이 이어지자 가장 쉽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점심값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품목 8개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많게는 10% 이상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인 품목은 자장면으로 올해 8월 기준 699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10.98% 오른 수치다. 이외에도 비빔밥은 지난 8월 기준 1만4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9654원) 대비 7.96% 오른 가격대를 김치찌개 백반은 7500원에서 7846원으로 약 4.4% 올랐다.
구청 관계자는 "식재료를 대량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있다"라며 "주민 편의 등을 고려해 다음 해까지는 현 가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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