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다 꼬였다, 2시간째 대기"…멈춘 기차 앞 외국인들 멘붕 (종합)
철도파업 첫날 대합실 '혼란'…외국인들 "안내도 안해줘"
17일까지 열차 1170개 중지…여행취소, 교통수단 변경도
- 조현기 기자,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윤주영 기자 = "얼른 부산 가고 싶어요. 안내라도 있었으면."
1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온 토미(29·남)와 반(27·여)은 2시간째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체코에서 여행 온 이들은 부산 여행을 계획 중인데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인해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했다.
반은 "한국 온 지 7일 됐고 우리는 아무 설명도 못 들었다"며 "문자 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전혀 없어서 계속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지 않고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는 까닭에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대합실 곳곳에는 캐리어를 끌고 앉아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 온 모녀인 오티(52·여)와 시리(19·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리는 "솔직히 썩 유쾌하진 않다"며 "역사에 와서야 파업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철도노조가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을 시작하면서 KTX뿐 아니라 새마을, 무궁화 등 일반열차까지 줄줄이 운행이 중단 및 지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오는 17일까지 1170개의 열차가 운행중지됐다. 파업이 18일 오전 9시까지 예정돼 있어 이날 9시 이전 열차도 일부 취소될 수 있다.
이번 파업 여파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여행 일정을 미루거나 교통수단을 바꾼 사람들도 있다. 주말에 강릉으로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짠 양모씨(33·남)는 KTX 대신 자가용을 이용해 강릉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는 "요즘 KTX 타면 강릉으로 편하게 갈 수 있어서 미리 예매까지 했는데 괜히 여행 못 갈 것 같다"며 "친구들끼리 가위바위보해서 운전자 선정해서 좀 더 일찍 강릉으로 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필수유지인력 9200여명을 제외한 철도노조 조합원 약 1만3000명은 오는 18일 오전까지 이번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역 앞에서 열린 '서울지방본부 출정식'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고속철도를 쪼개놓고 다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며 "우리 노동자에게도 국민에게도 재앙인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노조 파업 여파는 이날 오전부터 계속됐다. 이날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씨(68·여)는 벤치에 앉아 열차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는 급하게 부산에 내려갈 일이 있어 7시30분쯤 서울역에 왔지만 열차편을 찾지 못해 1시간가량 기다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서울역 와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급하게 내려가려고 현장 발권을 하다보니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됐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평상시라면 운행 횟수가 많은 서울―부산 KTX 구간은 다른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날은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쉽지 않았다.
예약 열차가 파업 운휴 대상에 포함된 일부 승객은 대체 교통수단을 찾고 있다. 닐라 아모모고보레(24·남)는 이날 탑승이 예정됐던 열차가 윤휴 대상에 포함돼 급히 용산역을 찾았다며 12시에 전북 김제에서 회사 면접이 있다고 초조해했다.
그는 열차가 취소됐다며 대체 일정으로 받아든 표를 보여주면서 "면접이 12시에 있는데 지금 김제까지 갈 수가 없다. 겨우 다시 구매한 게 논산역에 12시21분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이어 "그냥 지금이라도 얼른 고속버스를 타야겠다"며 "혹시 고속터미널역을 가려면 어떻게 가는 게 제일 빠르냐"고 오히려 취재진에 가는 방법을 되물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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