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 다가오면 일단 피해"…'흉기 난동' 그들의 속마음은?
신림 이어 흉기난동 반복…흉악범죄 발생비율 10년 동안 19.9%↑
분노 강조하기 위해 '흉기' 사용 선진국형 범죄…사회적 대안 필요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흉악 강력범죄 인구 10만명당 68건, 지난 10년 동안 19.9% 증가"
"전체 살인사건 가운데 칼을 사용한 범죄 53.4%"
검찰과 경찰에서 집계한 흉기 사건의 현주소다. 최근 연이어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흉기난동 사건에 대해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일종의 선진국형 범죄라고 분석한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흉기를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21일 조선(33·남)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흘 뒤인 24일 오전 10시40분쯤 서울 구로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0대 남성 이모씨가 지인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흉기난동 불안감 팽배 "모르는 사람 다가오면 피해라"
'신림동 흉기 난동' 다음 날 만난 시민들은 전날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신림동 범행 현장 인근 꽃집에서 일하는 A씨는 "점심 먹으러 자주 이곳을 지나가고 가족들끼리도 자주 오는 곳"이었다며 "20년 가까이 살아 더 놀랐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재욱씨(24·남)는 "흉기 난동 10여 분 뒤 범행 장소를 우연히 지나가며 봤다"면서 그날 밤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할 때 원래 버스를 타지만 무서워서 택시를 탔다"며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들이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윤정숙씨(68·여)는 "아들한테 누군가 옆에 가까이 오면 피하고 집으로 곧바로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흉기 난동이 벌어졌던 구로구 아파트에서 만난 시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덕원씨(67·남)는 "신림동에 이어 우리 아파트라고 하니 세상이 이상해진 것 같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 대화 단절, 분노 폭발…"선진국형 범죄"
전문가들은 흉기 난동에 대해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놨다. 대화보다는 분노를 표출하는 사회로 변하면서 흉기 난동 사건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이전에는 대화로 해결했다면 최근에는 특정 대상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흉기 사용이 본인의 공격성을 잘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고 언어폭력이나 주먹 사용보다 결과가 명확해 흉기를 타인에 대한 공격 도구로 쓴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회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표출할 때 힘의 우위를 점해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활용한 범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흉기 난동과 같은 분노범죄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늘어난 범죄 유형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교정복지학회가 발간한 '한국형 분노범죄의 원인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분노범죄는 '선진국형 범죄 유형'으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커지는 빈부 격차에 대한 분노와 복잡해지는 사회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괴감 등으로 발생한다.
'신림동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내가 불행해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분노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인의 분노나 일탈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흉기 난동, 사회안전망 부족하다는 방증
이 때문에 흉기 난동 사건과 같은 흉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규호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형사정책적 대응방안' 논문을 통해 '최선의 형사정책은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같은 '묻지마 범죄'도 사회경제적 불안과 관련이 있고 형사정책은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일 뿐이라는 얘기다.
곽대경 교수는 "범죄는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이 상호작용한다"면서 "사전에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사회에 대해 분노했는지, 사회적으로 소외를 느꼈던 건지 등 원인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 개인에게 맞춤형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일이 필요하고 가족, 친구, 이웃이 서로 얘기를 들으면서 완충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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