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일 전인데 드레스 못 준다네요"…웨딩업체 '먹튀'에 날벼락

"스튜디오 촬영도 취소"…신혼부부,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결제'
업체 측 연락 두절…경찰, 조만간 업체 대표 추가 조사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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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한병찬 기자 = "결혼을 3일 앞두고 업체에서 드레스 제공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웨딩 컨설팅 업체에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네요. 급한 대로 컨설팅 업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도 되지 않았고요.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눈물로 채웠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납니다"

그날도 A씨는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순간을 상상하며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얼추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미처 받지 못한 연락을 확인하던 중 "B 웨딩 컨설팅 업체로부터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예정대로 드레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드레스 업체 측의 문자를 보게 됐다. 급한 대로 B사 소속 웨딩 플래너에게 연락한 A씨. 업체 측은 "문제가 없다"는 말로 그를 안심시켰다.

컨설팅 업체로부터 다시 연락받은 건 결혼 하루 전날이었다. 플래너는 "회사의 자금 사정으로 인해 이번 주 결제가 이뤄지지 못할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A씨는 B사에 드레스 대여 비용으로 결제했던 160만원을 다시 지출해야만 했다.

A씨는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 전날을 설렘의 눈물이 아닌, 분노의 눈물로 지새운 게 너무나 아쉽다"며 "높아지는 비용으로 인해 다들 어렵게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국에 지사를 둔 유명 웨딩 컨설팅 업체에서 '먹튀' 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결혼이 임박한 신혼부부들은 어쩔 수 없이 추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경찰도 업체 대표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B웨딩 컨설팅(상담) 업체 대표 C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C씨를 대상으로 1차 피의자 조사를 마쳤다. B업체 이용자들이 C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강남경찰서에 접수된 고소장은 총 17건이다.

B사는 결혼 컨설팅 업체로 예비 부부와 드레스·스튜디오·메이크업·한복·예복 업체 등 제휴 업체를 연결해준다. 소비자는 B사를 통해 제휴업체 서비스를 결제하며, B사는 제휴 업체에 결제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B사는 지난 2010년 설립됐으며 강원·충청·경상·전라 등 전국에 지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휴 업체도 2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업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규모 웨딩 박람회를 통해 고객을 모집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올 연초부터 B사를 통한 제휴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제휴업체로부터 "B사가 대금 결제를 하지 않아 계약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올 11월에 결혼을 앞둔 한 피해자는 "메이크업과 촬영 스튜디오를 예약했는데, 최근에 'B사로부터 대금을 못 받았으니 예정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다시 결제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B사에 결제한 돈만 300만원이 넘는데 이걸 어떻게 다시 내겠나"라고 울먹였다.

A씨처럼 제휴업체에 다시 결제한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초 결혼식을 올린 한 피해자는 "당장 결혼식이 닥쳐 있는데 추가 결제를 하지 않으면 어쩌겠나"라며 "일단 결제를 한 후 보상을 받으려 하는데 대표 측이 연락이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전날 오전 서울 강남구 학동역 인근에 위치한 B사 사무실을 찾았으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2층 사무실도 입구에도 인적이 한참 전에 끊긴 듯 먼지가 가득했다.

B업체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은 현재까지 500여명으로 추산된다. 많게는 300만원 이상을 B업체에 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00여명이 고소를 준비 중이다.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1차 조사에 이어 조만간 피의자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달 초 피의자에 대한 2차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