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물러나라" 용산구청 열흘째 대치에도…구청장 두문불출만
유가족 vs 공무원 대치 민원실 앞 긴장감 팽팽
朴 "시기·방법 협의하겠다"…유가족 "사퇴해야"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문 열어주세요. 박희영 물러나라!" "어머니 다쳐요! 밀지 마세요."
19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청 종합민원실 앞. 평소 같으면 출근하는 공무원과 민원업무를 처리하려는 구민이 바삐 오가는 평화로운 장소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및 구청 공무원의 대치 때문이다.
박 구청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뒤 첫 출근일인 8일부터 14일까지만 해도 유가족은 9층 구청장실 앞에서만 농성했다. 하지만 구청 측이 공무집행 방해를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자 대치 장소가 민원실 입구로 옮겨졌다.
민원실이 열리는 9시가 가까워오면 유가족들은 '박희영 사퇴부터 하고 사죄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입구로 다가온다. 공무원 10~20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를 막아선다. 거친 몸싸움에 팔뚝을 긁히거나 바닥에 나동그라지기도 하지만 박 구청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매일 1시간가량 실랑이를 하지만 박 구청장은 구청장실에서 두문불출이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박 구청장은 19일에도 청사에 출근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9일 연차, 12일 병가를 제외하곤 실랑이를 피해 일찍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 이후 유가족 앞에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박 구청장은 13일 "시기와 방법을 협의해 만나겠다"고 보도자료로 밝혔지만 공식 면담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이 나타날 때까지 종합민원실 앞에서 사퇴 요구 농성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들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박 구청장이 트라우마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공직자 자격도 능력도 없으니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구 측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과 직원 보호를 위해 청사 보안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민원실 앞을 지키고 있는 만큼 기존 민원 업무 및 공무원 출퇴근 등은 구청 후문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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