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어 역삼…반복되는 '서울 한복판' 납치,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시민들, 빈번한 도심 납치 사건에 불안 호소
전문가들 "사각지대 줄이고 스스로 위험성 줄이는 노력 필요"
- 김정현 기자,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김동규 기자 = # 2022년 8월15일 밤 12시쯤. 서울 용산구 문배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20대 남성 A씨가 남성 4명이 탄 차에 납치됐다.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진 피해자는 강제로 차에 태워져 강남까지 끌려갔다. 피해자는 납치 후 30분만에 강남구 논현동쯤에서 도로로 뛰어내려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40대 중반 여성 C씨가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납치됐다 결국 숨진채 발견됐다. 수개월이 멀다하고 발생하는 서울 한복판 납치사건에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이같은 범죄가 더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CCTV와 가로등 설치 확대와 같은 범죄예방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양극화 해소와 같은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년 전 용산 납치도, 이번 역삼 납치 살해도 모두 목적은 '돈'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납치 사건의 피해자인 40대 여성 C씨를 납치한 피의자는 2명의 30대 남성 황모씨(36)와 연모씨(30)였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이들이 C씨를 세워둔 차량으로 납치할 당시 바로 옆 대로에서는 차량 수십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C씨가 발버둥을 치면서 저항했지만 납치범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를 차량에 강제로 태웠다.
목격자가 곧바로 신고한 덕에 서울경찰청은 신고 접수 3분 만인 29일 11시49분 출동 최고 수준 단계인 '코드제로'를 발령했다. 그러나 경찰이 용의 차량 번호를 확인한 건 사건 발생 1시간 6분 만인 30일 0시 52분이었다. 수배차량을 내부 검색 시스템에 입력한 시점도 30일 오전 4시53분으로 확인됐다. 결국 피해자는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대전 대청댐에서 사망한채 발견됐다.
이들에게 납치 살해를 청부한 주범 이모씨(35)는 피해자가 근무한 코인업체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치범들 역시 '코인을 노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용산구 납치사건 역시 목적은 '돈'이었다. 피해자가 판매한 마약류케타민의 구매자였던 납치범들은 마약판매상인 피해자의 현금을 빼앗겠다는 목적으로 계획을 세워 피해자를 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들 "지구대 바로 앞인데…호신스프레이 알아봐야하나" 불안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남모씨(32·여)는 "용산구 한복판에서 납치사건이 터졌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이번엔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이 납치돼 죽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무섭다 못해 황당하다"며 "가상자산을 노렸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봤는데 '그놈의 돈이 뭔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납치사건이 발생한 서초구 역삼동에 거주하는 신모씨(40)는 "새벽도 아닌 시간에 매일같이 다녔던 길이고, 경찰 지구대도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인데도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게 믿기지가 않고 무섭다"며 "결국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요즘 호신 스프레이나 전기충격기 같은 거라도 알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끝을 흐렸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또 다른 지역 주민인 최모씨(35·여)도 "강남 한복판 납치라 해서 처음엔 사람들 취해서 돌아다니는 유흥가가 밀집한 골목 같은 곳인줄 알았는데, 사건 터진 곳은 아파트 단지만 밀집해 있고 가족단위 가구가 많은 동네"라며 "사건 당일 경찰관 분들에게 경비실 위치도 알려드리고 했는데 결국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말이라 실망스럽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문가 "금전 노린 범죄…결국 사회적 문제가 숨어있어"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건의 원인에 대해 돈에 대한 잘못된 욕심과 박탈감이 사회적 양극화에 따라 증폭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결국 채권채무 관계 내지는 원한 관계로 인한 납치인데, 채권채무 관계로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경제가 어려워진 것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라며 "강도를 해서라도 돈 버는 것 외에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사회적 양극화 등이 숨겨진 사건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도 "돈 때문에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은 정당한 노력을 통해 벌지 않은 돈을 노리는 무리한 욕심이 발현된 것"이라며 "결코 이는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피의자는 피해자가 근무한 업체의 가상자산 투자 손해 등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을 노린 것이라는 증언 등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분노나 채무관계 등으로 인해 이번 사건 범행이 발생했다면, 국가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실명거래뿐 아니라 사기적 부정거래나 사행성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법규를 정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납치 사건을 근절하는 것은 어렵지만 정부와 시민 모두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승 연구위원은 "하루에 국내에서 살인이 평균적으로 2~3건씩 일어나는데, 이걸 공산국가처럼 모든 사람을 다 스크린하는 게 아니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곽 교수는 호루라기나 호신장비 같은 것을 갖추고, 자기를 방어하거나 가능하면 금전적 갈등을 최소화하기를 추천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를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 스스로도 위험성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국가에서는 CCTV나 가로등 설치 등을 통해 사각지대 줄여나가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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