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불 '200건' 육박·3월 '경고등'…"담뱃불 등 화재 주요 원인"

전문가들 "물 내뿜는 '방화수' 심어야… 진화용 헬기도 필요"
최근 10년간 3월에 산불 가장 많아…'골든타임'은 30~50분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이 9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잡기 위해 밤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2023.3.9/뉴스1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최근 두 달간 산불 발생 횟수가 200건에 육박하면서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3월에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담뱃불 등 사소한 부주의가 주요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0일 산림청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산불은 지난 5일까지 모두 194건으로 평년 수치인 127건의 1.5배 이상이다. 건조한 날이 이어지는 이번 달은 더 우려스럽다.

지난 8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 월평리 야산에서 산불이 나 축구장 230여개 면적 수준의 피해를 야기했다.

다음 날인 9일 오전에는 충북 보은군 산외면 중티리 한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5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날 오후에는 충남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화재 53분 만에 주불이 잡혔다.

3월은 지난 10년(2012∼2021년) 동안 123.6건으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이기도 하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이 번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적인 부분"이라며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지만 진압부터 피해 확산 방지까지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학과 교수는 "2월 말~4월 초에는 논두렁과 밭두렁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피운 불도 쉽게 산불로 번진다"며 "이 시기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불은 주로 입산자의 실화나 담뱃불 실화, 쓰레기 소각 등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화재 예방 수칙들을 잘 지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구체적으로 △연통과 재보관함 등 인화물질 주변 주기적으로 점검하기 △등산 시 취사 금지 △논·밭두렁에서 태우기 금지 △화재 목격 시 즉시 119에 신고하기 △산림 근교 흡연 및 담배꽁초 버리기 금지 △입산 통제 구역 출입 금지 등을 제시한다.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침엽수들 사이에서 일정 간격으로 불을 꺼주는 역할을 하는 활엽수를 심는 '내화수림대 조성'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을 내뿜는 나무인 '방화수'를 많이 심어 산불에 강한 산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 중 37%는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림이다. 특히 소나무의 송진에는 '테라핀' 등 정유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발화성과 연소성이 좋다. 이 때문에 산불이 나게 되면 침엽수림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굴참나무, 느티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은 나뭇잎에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대표적인 '내화수목'으로 불린다.

임차헬기를 충분히 확보해 초기 진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불 진화의 골든 타임이 신고부터 물 투하까지 30~50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인도가 잘 형성된 산은 소방관이 접근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잔불을 끄러 소방관이 진입하기에 용이하지만 국립공원과 바위산 같은 곳은 인도를 만들 수 없다"며 "소방관이 진입할 수 없는 곳에는 산불진화용 헬기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