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입생 "동문 정순신 아들 학폭 논란, 부끄럽다" 부글부글
"가해 학생 대학 와서 잘못 뉘우쳤는지도 의문…학교 입장문 내야"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학폭으로 학교가 언급되는 게 부끄럽죠…가해자가 반성이라도 했을까요?"
2일 오전 11시쯤 서울대학교 2023학년도 입학식에서 만난 신입생 신모씨(20)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4년 만에 열린 서울대 대면 입학식에 참석한 신씨는 "좋은 부모 만난 게 축복인 줄 모르고 학폭이라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더 괘씸하다"고 꼬집었다.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지난 25일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서울대에 진학한 반면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개강 첫날 만난 신입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학폭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입학도 전에 학폭 논란으로 학교가 얼룩지는 것을 보며 부끄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입학식이 진행된 종합체육관 앞에서 만난 사회과학대학 23학번 문모씨(20)는 "학폭을 저지르고도 아빠 빽을 이용해 처벌받지 않고 잘 살고 있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며 "가해자가 대학에 와서 자기가 잘못했었다는 걸 느꼈을지도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인문대에 입학한 신입생 이모씨(21)는 "아빠 찬스를 통해 법을 악용하고 그 기간 피해자는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는 게 불공정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례였다고 생각한다"며 "학폭 사실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입시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관련한 논란이 많아서 무덤덤하다는 신입생도 있었다. 신입생 문모씨(20)는 "입학하기 전부터 뉴스로 너무 많은 논란을 접해서 그런지 크게 놀라지 않았다"면서도 "부모찬스를 이용해 행정소송으로 학업을 이어 나가고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에 더 화가 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에는 정 변호사의 아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기도 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22학번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정 변호사의 아들은 고교 시절 피해자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며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 대부분 공감한다면서도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자보를 읽고 있던 공과대학 2학년 김모씨(21)는 "과거 대자보들이 준수했던 규칙이 있는데 생활과학대학이라고만 쓰면 전체를 대표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과격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대부분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20학년도 '수능위주전형(일반전형)'으로 입학했다. '대학 신입학생 정시모집'을 살펴보면 당시 수능위주전형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제외하고 수능 성적만 100% 반영했다. 단서 조항으로 '학내·외 징계 여부 및 그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입시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사회과학대학 신입생 이모씨(20)는 "수능성적이 높다고 강제 전학 처분까지 받은 학생을 받아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아무리 정시라고 하더라도 범죄 전력, 학교 폭력 등 인성적인 부분은 검토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정순신 방지법'이 발의된 것으로 아는데 학교 폭력에도 종류가 다양하고 처분 호수도 다른데 대학에서 얼마나 감점할지 논의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재학 중이라고 알려진 학과의 학생들은 학교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대학교 인문관에서 만난 A씨는 "아직 피해 학생의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며 "학교든 단과대든 학교 이미지를 고려해 의견을 표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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