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특수본, 이번주 영장 재신청 '공동정범' 돌파구되나
前용산경찰서장 등 영장 재신청 준비…공동정범 등 법리구성에 사활
진상규명 늦어지자 유가족 97명 협의회 출범…"경찰 학살" 비판까지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번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에 나선다. 특히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책임자 처벌 당시 적용됐던 '공동정범' 등에 대한 법리 보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번 주가 특수본 수사의 중대 분수령인 셈이다.
특수본 입장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주 영장이 기각되며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협의회를 만들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본격 요구하고 나섰다. 이제는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수본, 이번주 영장 재신청 계획…공동정범 등 법리 구성에 사활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은 이번주 중 이임재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영장 재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이어진다.
당초 특수본은 지난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영장이 발부되면 주를 넘기지 않고 박 구청장과 최 서장에 대한 영장도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전반적인 수사 일정이 차질을 빚었다. 특수본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 재신청 일정과 관련해 "이번 주는 조금 힘들다"고 했다.
이후 특수본은 영장 재신청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며 보강수사에 집중했다. 지난 9일 송 전 실장을 3차 소환했고, 이 전 서장도 이번주 중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쉼 없이 진행되던 피의자·참고인 조사는 전날 잠시 쉬어갔지만 이날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 동력에 치명상을 입게 되는 만큼 특수본은 법리 구성과 혐의 소명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특수본은 현재 경찰과 소방, 구청 등 현장에 대한 1차 책임이 있는 기관의 과실이 모여 참사를 일으켰다는 관점에서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엮는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특수본이 피의자로 입건한 21명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16명이 공동정범 대상이다. 앞선 대형참사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각각 17명과 1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았다.
김 대변인은 "한 사람이 158명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하면 입증이 어려울 수 있어 경찰, 구청, 소방, 교통공사의 과실 등이 중첩돼 이런 결과(참사)가 생겼다고 법리를 구성하면 인과관계 입증이 조금 수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97명 모인 협의회 출범, "경찰 학살" 비판까지…특수본 부담 커져
다만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이 늦어지자 희생자 유가족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특수본에 있어 큰 부담이다.
전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97명이 모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가 창립을 선언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경찰의 대처에 분노하고, 책임자 처벌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참석한 한 유가족은 "길이 너무 좁아터져서 사람이 차도로 나오는데 경찰은 사람을 위로 올리라고 했다"며 "이건 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 대표를 맡은 희생자 고(故) 이지한씨의 부친 이정철씨는 "이태원에서 29일에 일어난 참사(원인)는 경찰이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인간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수록 유가족들의 분노는 경찰로 향할 수밖에 없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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