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절기 추가접종? 해외여행 가려면 3차 맞아야…현장 '혼란 가중'
추가접종용 백신 WHO 승인 아직…기존 백신 맞는 것이 유리
추가접종 희망자 많지 않아…"복잡한 백신 구분도 악영향"
- 이비슬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유민주 기자 = "추가 백신 접종하는 이유가 혹시 해외여행 때문이신가요? 그럼 동절기 추가접종으로 하시면 안되고 그냥 3차 접종으로 예약하셔야 해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가정의학과에서는 간호사가 똑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환자 대부분이 겨울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백신 추가접종을 예약했지만 동절기 추가접종이 예약된 상태였다.
간호사는 "동절기 추가접종으로 하시면 3차 접종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3차 접종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기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처럼 일선 병원에서는 3·4차 접종과 동절기 추가접종이 뒤섞이면서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시민들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혼란스러워했다.
상당수 해외 국가들은 입국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는 폐지했지만 여전히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겨울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26)는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여행지 재외공관에 개별 문의하라고 한다"며 "정확한 안내는 없고 발품, 손품만 팔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2가 백신 WHO 승인 아직 못받아…해외여행엔 단가백신 접종 유리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해외국가들의 기준은 '3차 접종'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문제는 현재 동절기 추가접종용으로 사용되는 2가 백신 3종은 WHO 승인을 아직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1·2차 기초 접종까지만 마쳤고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3번째 백신으로는 2가백신이 아닌 기존 단가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외교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관련 해외입국자에 대한 조치 현황'에 따르면 14일 기준 미국, 네팔, 필리핀, 세네갈, 탄자니아를 포함한 일부 국가가 입국 시 WHO 승인을 받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 '3차 접종'을 요구하는 국가의 경우 2가백신이 아닌 단가백신을 의미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해외여행 전 접종해야 하는 백신 종류 안내도 병원마다 달랐다.
서울 마포구의 한 내과의원 관계자는 "지역마다 규정이 달라서 대사관에 문의하는 것이 빠르다"며 "접종하게 되면 (단가백신) 3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정의원 관계자는 "해외여행 시 1, 2차를 맞고 4개월 이상 지난 분에게 2가백신을 접종해드린다"며 "3차 백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다수 의원이 질병청 또는 보건소에 직접 문의하라고 설명하거나 정확한 안내를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1·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국민은 10명 중 9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차 88%, 2차 87%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3·4차 백신을 대체할 수 있는 2가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치다. 같은 기간 3차 접종자 비율은 66%, 4차는 15% 수준으로 1·2차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4차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접종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어떤 백신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접종 홍보도 과거처럼 많지 않고, 백신 접종 후 몸살과 같은 체력적 부담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2가백신? 단가백신?…환자도 병원도 '혼란'
국내에서 사용이 승인된 '동절기 추가접종 백신' 3종은 기존 1~4차 백신 접종 효과를 포함하고 있다. 동절기 추가접종 백신은 2가백신, 개량백신, 오미크론 대응 백신으로도 불린다. 2가백신이란 기존 우한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2종류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다.
기존 1~4차 백신 접종 시 사용했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개량해 오미크론 변이 타깃(표적) 기능까지 추가했기 때문에 개량 백신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르는 것이다. 2가백신이 등장하면서 기존 1~4차 백신은 단가백신으로 공식 명칭을 구분하고 있다.
백신 구분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계절, 시기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이후부터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당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개량백신을 활용한 접종부터는 차수 중심 접종이 아니라 인플루엔자(계절독감)처럼 계절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유행 변이에 맞게 백신을 활용해 시기별로 접종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2가백신 3종 접종이 모두 가능해졌지만,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는 발길은 많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병원을 찾은 60대 A씨는 "뉴스를 통해 (2가백신 접종) 소식을 보고 나왔는데 맞아야 하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4차까지 접종한 사람들도 코로나19에 또 감염되니 반응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백신 셈법이 복잡해지자 의료 현장도 혼란에 빠졌다.
김우주 교수는 "어느 날 갑자기 동절기 추가접종이라는 개념이 생겨 황당하다"며 "1·2차 기초접종을 한 사람이 3·4차를 맞지 않았다면 동절기 추가접종 2가백신으로 세 번째, 네 번째 접종을 하면 된다는 의미인데 복잡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차까지 기초접종하고 동절기 추가접종(2가백신)을 하면 그분은 사실상 3차를 맞은 것"이라며 "접종자 입장에선 백신을 3번 맞으면 3차고, 4번 맞으면 4차인데 이름을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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