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명 조직이 열흘간 단 7명만 입건…'이태원 참사 수사' 지지부진 우려

특수본 출범 열흘…수사 방향 논란에 용두사미 우려까지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 중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의 모습. 2022.1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514명으로 꾸려진 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열흘이 넘는 수사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사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현재까지 특수본이 입건한 피의자는 7명에 그친다. 이들 가운데 1명이 사망하면서 실질적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6명이다.

피의자였던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소환조사를 앞두고 숨지면서 특수본의 수사 방향 논란도 커지고 있다. 피의자 대부분이 실무자나 실무 지휘관이어서 '윗선' 수사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대대적 압수수색…행안부·서울시 압색은 '아직'

1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특수본은 이태원 인명 사고와 관련해 류미진 서울경찰청 전 인사교육과장(총경)과 이임재 전 서울용산경찰서장,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과 전 정보계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해밀톤호텔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참사 발생 사흘째인 1일 출범했으며 닷새 뒤인 6일까지 류 전 총경과 이 전 서장 등 6명을 입건했다. 이후 '불법 증푹 의혹'을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를 입건해 9일까지 피의자는 7명으로 늘었다.

피의자 소환조사는 출범 후 한차례도 하지 않았고 9일 이후엔 추가 입건도 없었다.

경찰청장실과 서울경찰청장실, 용산구청,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해밀톤호텔 등 66곳을 세 차례(2·8·9일)에 걸쳐 압수수색했으나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참사 책임론에 휩싸인 주요 기관 두 곳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늦장 수사 지적이 제기되자 특수본은 "법리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피의자 신병 확보 여부까지 신속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특수본이 수사하는 주요 의혹은 용산경찰서 전 정보라인의 보고서 삭제 의혹이다.

앞서 용산경찰서 A정보관은 참사 사흘 전(지난달 26일)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참사 이후 보고서가 삭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수본은 수사에 착수했다.

특수본은 사무실 PC에서 해당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로 A정보관의 상사이자 당시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었던 B씨와 정보과장이었던 C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보과 직원들 조사가 끝나면 신속하게 B씨와 C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B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특수본에는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실무자·실무 지휘관 대상 수사 방향을 향한 비판에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더해지고 있다. 특수본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윗선 수사에 '촉각'…용두사미 우려도

특수본의 사정 칼끝이 '윗선'으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특수본은 경찰 서열 1위 윤희근 경찰청장과 서울 치안 총괄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가능성만 열어둔 상황이다.

사고 당시 두 사람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추후 피의자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59분 뒤에야 상황을 인지했고 김 서울청장은 2시간1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직무유기 등 혐의를 두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뚜렷한 증거가 있어야겠지만 자칫 수사가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해도 검찰이 보완수사로 새로운 혐의 등을 확인할 경우 경찰 수사 자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셀프 수사' 논란이 있는 만큼 경찰 내부에선 "이번 수사에 경찰 명운이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이번 수사는 초동수사가 참 중요한데 초동수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증거 자료와 진술을 확보해도 시간이 너무 지난 경우 증거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수사는 생물과도 같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칠 지 모를 일"이라며 "지휘부든 누구든 의혹을 감출 수 없는 분위기인 만큼 최선을 다해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