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진짜 죽는 게 뭐예요?" 남겨진 8살 아들의 물음…빈소에는 눈물만

한국 와 열심히 일하다 참변…추모 발길 이어져
이란인 희생자 1명 "아직 빈소 마련 못해"

1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됐다. 2022.11.01/ⓒ 뉴스1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남해인 기자 = "이모, 진짜 죽는 게 뭐예요?"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함모씨(여·39)의 빈소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8살 아들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가슴이 무너졌다.

처음에는 '엄마가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이를 위해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지만, 어린아이의 질문에 가족들은 또 한 번 가슴을 내리칠 수밖에 없었다.

함씨의 사촌 동생은 눈물을 훔치며 "정말 자랑스러운 언니였다"며 "8살 아들 하나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했다.

함씨는 이번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 26명 중 한 명이다. 중국 국적인 그는 지난달 29일 밤 회사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인파가 몰려 복잡하다는 뉴스를 보고 귀갓길에 오르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사촌 동생은 "언니는 주말에도 일할 정도로 열심히 살아서 핼러윈이 뭔지도, 무슨 날인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언니가 생전 처음 방문한 이태원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함씨는 가족들의 자랑이었다. 약 16년 전 한국으로 넘어와 취업과 결혼을 하고 무역회사 부장급으로 일하며 정착하기까지 똑 부러지는 조카였다.

함씨의 이모부는 장례식장 앞 화환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게 다 거래했던 회사들"이라며 "대단했고, 똑똑했지"라고 떠올렸다. 이모부는 "어릴 적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열심히 살아왔는데…"라며 허탈해했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구로병원 장례식장에는 남편과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또 한 명의 외국인 빈소가 마련됐다. 밝은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줬던 중국 국적 A씨(33·여)다.

A씨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휩쓸려 화를 당했다. A씨의 고모는 "6살 아들이 있는데 아들은 너무 어려서 여기 안 데려왔다"며 "아직 소식을 전하지도 못했다"고 눈물지었다.

사고 전날 조카와 통화를 할 때까지만 해도 비극이 닥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고모는 "28일에 이태원을 간다고 하길래 내가 젊음이 참 좋다 그랬다"며 "근데 이렇게, 이렇게 돌아왔다"며 울먹였다.

고모는 영정 사진을 가리키며 "사진처럼 항상 저렇게 밝다"며 "엄청 착하고, 어른들한테도 주위 사람들한테도 잘했던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빈소에 마련된 영정사진 속 A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A씨의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A씨 어머니는 무남독녀인 딸의 부고 소식을 듣고 중국에서 쓰러졌다. 아버지는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급히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인한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집계됐다.

이란인 희생자 1명의 경우 아직 빈소가 마련되지 못하고 순천향대 병원에 시신이 안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마 목사는 "이란에 있는 유족이 아직 입국하지 못해 빈소를 차리지 못했다"며 "대사관과 접촉하며 입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