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줄 걸" "절대 못 보내"…이태원 참사 오열 속 발인(종합)

1일부터 발인식…유족·친구들 눈시울·통곡
"정말 미안해, 사랑해"…인터넷서도 애도

서울 이태원 참사 나흘째인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지역 희생자 A씨(24·여)의 발인식이 열리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권진영 한병찬 정다움 이승현 기자 = "우리 막내딸, 사랑한다고 말이라도 해줄걸…내가 너를 어찌 보내니…."

1일 오전 전남 장성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A양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비통함을 견디지 못한 부모는 딸의 이름을 부르짖었고 발인식을 찾은 조문객 20명도 숨죽여 흐느꼈다.

고인은 1남2녀 중 막내로 가족에게 애교가 많고 살가운 딸이자 동생이었다. 전남에서 미용 관련 고교를 졸업한 A양은 올해 6월 서울 강남에 있는 미용실로 이직했다. 지난 여름휴가 때는 고향으로 내려와 용돈 봉투를 건넸고 아버지의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해줬다.

이날 고인의 아버지는 "사랑한다고 메시지 보낸 딸에게 무뚝뚝하게 '응'이라고 답장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며 "무슨 수를 써도 딸이 못 돌아오니 사진이라도 더 찍어둘 걸 그랬다"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입관과 발인이 이날부터 시작됐다. 유가족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고인을 보내지 못한다고 울부짖거나 고인의 마지막 길을 조용히 배웅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는 B씨가 마지막 여정을 떠났다. 입관을 위해 빈소에서 입관실로 이동하던 유족들은 고인의 옷을 부여잡은 채 멈춰섰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입관실을 나선 뒤에도 연신 고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렸다.

중국 국적의 고인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10년 동안 한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해온 것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사촌동생은 "여덟살짜리 아들 하나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궂은일 하면서 열심히 살던 언니였다"며 "평생 핼러윈이라고는 모르고 살다가 직장 동료들과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흐느꼈다.

광주 광산구 장례식장에서도 희생자 C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상복을 차려입은 고인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우리 첫째 공주야" "우리 딸"이라고 부르짖으며 오열했다. 유가족 일부는 고인을 떠나보낼 채비가 미처 되지 않았다는 듯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운구차 탑승을 주저하기도 했다.

1일 오전 전남 장성군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로 숨진 A양(19·여)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A양은 지난 6월부터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에 근무했으며, 직장 동료 7명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2022.11.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이날 오전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열린 D씨의 발인식에서는 유족을 포함한 지인 2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빈소에서 발인을 기다리던 조문객들의 표정에는 저마다 허탈함과 허망함이 묻어났다.

인터넷 추모 게시판에도 애도의 글이 이어졌다. 고인의 중학교 시절 친구는 "연락 늦게 해서 미안해"라며 "스물한살에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모습도 웃는 너의 얼굴이 떠올라…사랑해. 정말 미안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날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씨의 발인식이 열린다. 고인은 지난 2017년 방영된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에 출연한 바 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