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치매 어머니, 환갑 딸 손잡고 "아리랑, 아라리요"…대면 면회 첫날
오늘부터 감염 취약시설 '사전 예약' 대면 면회 허용
"예약문의 급증, 일주일치 꽉 차"…안내 없어 혼선도
- 이비슬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김예원 기자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4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서울 광진구의 한 요양원 면회실에 나타난 백발의 구순 노인은 한 달 만에 만난 막내딸과 아들 앞에서 나지막이 노랫가락을 읊조렸다.
그간 면회실을 가로지르던 투명 가림막이 사라지자 딸과 아들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전달됐다. 이를 들은 어머니의 표정과 몸짓 곳곳에서는 말로 다 하지 못할 기쁨이 묻어났다.
딸은 엄마 귓가에 대고 "엄마 저기 기억나?, 저 건물 보여?" 하며 살가운 대화를 이어갔다. 딸 공모씨(61·여)는 "그동안 어머니 귀가 어두우셔서 칸막이 너머로 대화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며 "이제 손도 잡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웃어 보였다.
◇ 면회 문의 급증 "일주일 예약 마감"
이날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원, 요양센터, 정신병원, 장애인시설에서 대면 접촉 면회(대면면회)가 가능해지면서 보호자와 환자들의 표정에도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이번 조치에 따라 면회실에 설치했던 칸막이는 사라지고 면회객과 입소자 간 직접 접촉이 가능하다. 코로나19 감염 취약 시설 보호를 위해 지난 7월25일부터 대면 면회를 금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대면 면회가 결정되자 시설마다 면회 예약 문의 전화는 크게 늘었다.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관계자는 "하루에 약 10팀이 면회를 할 수 있는데 10일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고 말했다. 성동구의 한 노인전문요양센터 관계자도 "대면 면회가 가능하다는 공지를 낸 지난주부터 예약 문의가 치솟고 있다"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면 면회를 희망하는 방문객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대면 면회 일시 기준 48시간 전에는 자가검사키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야 한다. 면회 전 대기실에서도 발열 체크를 진행한다. 면회 시에는 음식물 섭취를 할 수 없고 마스크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 면회실 새단장, 예약 안내 없어 혼선도
정부가 대면 면회를 허용한 배경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화로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취약 시설 내 집단감염자 수는 지난 8월 3015명에서 9월 1075명으로 64% 줄어들었다.
요양원 곳곳에선 면회실 새 단장에 분주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설마다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 놓아둔 아크릴 가림판은 모두 치워졌다.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면회실은 '접촉면회실'이라는 문패를 새로 달았고 건물 내에는 '접촉면회실'과 '보호자 대기실'을 구분해 동선을 안내하는 안내판도 설치했다.
대면 면회 첫날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한 보호자들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요양센터를 찾은 조혜경씨(65·여)는 "비대면 면회도 한 700번 정도 전화를 해서 예약했었다"며 "오늘부터 면회가 된다고 했지만 (예약 안내) 전달이 안 되었다"고 토로했다.
요양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은 대면 면회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돌봄 업무가 아닌 중증 환자 치료 목적이 더 커 입원자 수나 면회 희망 수요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날 확인한 서울 시내 요양병원 20여곳이 여전히 대면 면회를 검토 중이거나 면회를 진행하지 않았다.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소강상태이고 면회 시 음식물 섭취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면 면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본인에게 증상이 있는데도 면회를 위해 무리해서 방문하지 마시고 컨디션을 잘 확인 후 방문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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