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와!"…거동불편 남편, 주차장 입구서 '아내 마지막' 지켜봤다
실종자 명단 누락 50대 허모씨, 또다른 '포항 비극'
추석 쇠러 왔던 딸, 흰천 싸인 엄마 주검 앞 오열
- 이비슬 기자, 한병찬 기자
(포항=뉴스1) 이비슬 한병찬 기자 = "여보 어서 나와"
남편 박모씨가 아내 허모씨(55)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었다. 물이 너무 순식간에 차올라 손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아내가 흙탕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
허씨는 지난 6일 밤 10시9분 포항 남구 인덕동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지 약 10시간 만이었다.
딸 박모씨(32)는 입구까지 물이 가득 찬 지하 주차장 입구만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었지만 엄마는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유족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부부는 오전 7시쯤 남편과 지하 주차장에 대놓은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내려갔다.
"아빠는 몸이 편찮으셔서 주차장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엄마만 주차장 안으로 내려가신 상황이었어요. 서로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차 문이 안 열려서 엄마는 옆에 서 있었고 아빠가 나오라고 소리쳤는데 물이 들이차서 못 나오셨다고 해요"
하루 전만 해도 "보고 싶으니 추석에 내려오라"고 채근하던 엄마였다. 인천에서 일하는 그녀는 "일이 있어 가지 못하니 10월에 인천에 놀러오라"고 답했다. 딸과 엄마가 오랜만에 세운 여행 약속은 그렇게 마지막이 됐다.
아빠의 연락에 불안한 직감이 스쳤다. 박씨는 "일하다 말고 오후 6시쯤 도착했는데 그때도 물을 못 빼서 너무 가득 차 있길래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있었다"며 "엄마는 거동이 불편하셨다"고 떠올렸다.
박씨는 "저희 아빠가 경찰과 119 두 곳에 다 신고했다고 했다"며 "왜 신고했는데 우리 엄마가 신원 미상일까에 대해 계속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초 소방 당국이 남구 인덕동 W아파트에서 수색작업을 벌인 실종자 수는 7명이었다. 경찰이 접수한 실종자 명단은 모두 8명으로 파악돼 초기 실종자 수 파악에 혼선을 빚었다. 8명 중 2명은 생존 상태로 구조됐고 6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은 5번째로 발견된 허씨가 소방 명단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일 0시35분쯤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아파트 지하에서 발견된 김모군(15)과 2번째 생존자 김모씨(52)는 모자 사이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에게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와 길 하나를 두고 남구 오천읍으로 나뉜 곳에 이름이 같은 아파트가 하나 더 있었다. 7일 오전 2시15분쯤 이 아파트에서 실종된 70대 남성 안모씨가 심정지 상태로 추가 발견되면서 포항 남구 일대 W아파트 두 곳에서 실종된 사망자는 모두 7명으로 집계됐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이 포항 남구 인덕동 소재 아파트에서 구조 작업을 시작하며 파악한 명단은 7명이었다"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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