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원숭이두창 환자, 입국 2주 지난 뒤에야 확인…방역구멍 없었나
잠복기 최대 3주, 평균 6~13일…증상 가늠하면 해외감염 추정
병원에서 파악 안돼…조사 대상 접촉자 '가족 1명, 동료 1명'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에서 2번째 원숭이두창 환자가 확인됐다. 이 환자의 감염 여부가 국내 입국 2주일 만에 확인된 데는 최장 21일(평균 6~13일)에 달하는 긴 잠복기 때문이다. 입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을 수 있고 증상이 있어도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거를 방법이 없다.
하지만 증상발현 5일이 지나 의사(의심)환자가 된 경위가 주목된다. 방역망이 느슨하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러 우려에도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은 현 방역대응 역량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입국 당시 무증상…10일 지나 첫 증상, 접촉자는 최소 2명
3일 질병관리청 원숭이두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번째 환자는 유럽 방문 후 지난달 18일 입국했으며 지난 1일 보건소에 스스로 문의하면서 방역당국(서울시 역학조사관)에 의해 의사(의심)환자가 됐다.
그는 입국 당시에는 무증상이었고 같은 달 28일 발열, 두통, 어지러움을 시작으로 30일 국소 통증이 있어 서울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환자의 원숭이두창을 진단하거나 감염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해, 환자가 보건소에 스스로 문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입국 2주 만에 의심환자로 분류된 만큼 타인과 대면접촉을 했을 가능성이 큰데 방대본은 "현재 조사 대상 접촉자는 가족 1명, 동료 1명이며 기타 증상 발생 후 방문한 의료기관 등 접촉자에 대한 노출 위험도를 평가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유럽을 다녀온 이력 때문에 그는 해외에서 감염된 뒤 무증상으로 국내에 유입된 사례로 보인다. 원숭이두창은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가 짧게는 5일, 길게는 21일(평균 6~13일)에 달한다.
입국 후 2주일 동안 직접 문의하지 않는 한, 방역망에서 걸러낼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원숭이두창 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근무력증, 오한, 허약감, 림프절 병증, 발진 등으로 증상은 2~4주일 이어진다.
◇진단에 필요한 정보, 일선 의료현장에 충분하지 않아
다만 증상이 시작된 지 5일이 지난 1일에야 의심환자로 분류된 데는 방역이 느슨하다는 근거가 될 예정이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원숭이두창 진단에 필요한 정보가 전국 의료기관에 충분히 제공돼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신 위원은 "대학병원이면 즉시 연락이라도 할 텐데 항문외과, 피부과 등 동네 병·의원이 진료할 때는 성병 또는 수두랑 비슷해 보여, 겉으로는 감별이 잘 안된다"며 "정보가 충분히 공유돼, 당국에 연계해 잘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심층 역학조사를 벌여 전염가능 기간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에 대해서는 노출 수준에 따라 위험도를 분류해 관리할 계획이다. 방대본은 원숭이두창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고위험군은 증상이 나타난 지 21일 이내 접촉한 동거인, 성접촉자다. 중위험군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를 진료한 의료인이며 저위험군의 경우 접촉은 했으나 거리가 가깝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성접촉이나 살과 살이 맞닿는 밀접 접촉을 하지 않는 한 일상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매우 밀접한 접촉이어야 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부 병변이라는 특성상 감염자 대부분이 자진신고 또는 병원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예방해야 한다. 불필요한 편견이 없도록 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 사회적 분위기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방대본은 "현재 환자는 지정 치료기관에 입원 중이며 경증으로 전반적인 상태는 양호하다"며 "원숭이두창은 현 방역대응 역량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며 조기 발견과 지역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 국민과 의료계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 22일 발생한 첫 환자는 독일에서 온 내국인으로 입국 과정에서 자진 신고해 15일간 치료받고 퇴원했다. 같은 비행기를 탔던 49명이 접촉자로 분류됐으나 의심 신고 없이 21일간의 감시 기간을 마쳤고 이후 추가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방대본은 이때도 중위험 접촉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희망 여부를 조사했지만, 희망자가 없어 접종은 이뤄지지 않았다. 원숭이두창 백신 '진네오스' 접종은 필수 의료진에게 이뤄졌고, 치료제 '테코미리마트' 504명분도 들어와 전국 지정 의료기관에 배포됐다.
방대본은 "증상에 따라 대증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테코비리마트와 같은 치료제 투약은 추후 임상 경과에 따라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에게 개인위생 수칙을 당부하며 귀국 후 21일 이내 증상 발생 시 질병청 '1339' 콜센터로 상담해달라고 요청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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