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깨 청년 구하고 연휴 반납한 자원봉사자…'폭우 속 빛난 의인들'
신림동 주민들 '3분의 기적' 연출…망치로 방범창 깨 다섯명 구하기도
익사 직전 노인·침수차량 가족 구한 경찰…소방도 배수작업·안전활동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수도권의 기록적 폭우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이웃을 구한 것은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었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할 일을 할 뿐이라며 묵묵히 시민을 살려냈다. 폭우 속에서 빛난 우리시대의 의인들이다.
◇ "조금만 버텨"…반지하 청년 구한 신림동 시민영웅들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지던 8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가에서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한 청년을 구했다.
폭우로 침수된 반지하방에 갇힌 청년을 구하는 주민들의 다급한 모습은 뉴스1 제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민들은 몽키스패너와 소화기로 창문을 깨고 어렵게 청년을 구했다. 3분만에 이룬 기적이었다.
주민들은 "조금만 버텨, 침착해, 조금만 기다려"라며 청년에게 힘을 주었고 그 청년이 구조되자 "살았다"고 박수를 보내며 다함께 기뻐했다. 구조된 청년이 남성의 품에 푹 안긴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같은 날 밤 신림동 주민 3명은 반지하 방을 돌면서 창문을 깨고 다섯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들은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외침을 듣고 망치로 방범창을 깨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생명을 구했다.
◇ 시민 안전 최우선 경찰·소방…묵묵히 시민 생명 구해
경찰과 소방도 폭우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8일 밤 10시쯤 관악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이 빠져나오지 못하자 경찰이 달려왔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작은 창문으로 아슬아슬하게 진입해 익사 직전의 노인을 긴급히 살렸다.
같은 날 밤 9시10분쯤 토사로 지하에 갇힌 상도동 주민 4명을 구한 것도 경찰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해 전기를 차단하고 쇠지렛대로 쇠창살을 부순 다음 창문으로 이들을 구출했다.
오후 8시30분쯤에는 구로 주택가에서 뇌병변 환자를 포함해 폭우로 고립된 주민 4명을 경찰이 구조했고 9시20분쯤에는 구로 연지타운2단지 앞 광명교차로에서 침수 차량에 갇힌 운전자와 아내, 아이들을 구조했다.
이날 소방은 인명구조·구급출동을 비롯해 배수작업, 토사·낙석 제거 등 3434건의 안전활동을 벌이고 인명 216명을 구조했으며 1016건의 안전조치를 취했다.
◇ 복구 현장에도 달려온 자원봉사자와 군경
수마의 흔적이 남아있는 침수 피해 지역에서는 시민 자원봉사자와 군경의 복구 손길이 이어졌다.
광복절 연휴 둘째날인 14일 서울 관악구 신대방역 인근 수해 복구 현장에서 만난 시민단체 여성 회원은 "집주인을 도와 집안 바닥을 닦고 집기를 정리하고 있다"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는 관악구 주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온 봉사자도 많이 참가했다.
군경의 복구 손길도 이어졌다. 한 주민은 "물난리통에 못쓰게 된 대형 집기류는 거의 다 젊은 장병들이 처리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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