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는데 지각했네요"…5호선 전장연 출근길 시위로 혼잡 극심

8분 거리 1시간만에 이동…현장에서 시민들과 충돌도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및 예산 확보를 위한 시위에서 이동식 철제 칸에 들어가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김성식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기획재정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난 7월4일 이후 약 1달 만이다.

전장연은 1일 오전 8시3분 5호선 광화문역에서 방화행 지하철에 탑승해 승하차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광화문역부터 마포역을 약 1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평상시라면 8분이면 이동할 거리였다.

마포역에 내린 전장연은 대열을 2개로 나눠 일부는 광화문으로 다시 이동했고, 일부는 여의도역으로 향했다. 나뉜 대열은 10시쯤 여의도역에서 다시 만났고, 이후 이들은 여의도역 승강장에서 40분 가량 마무리 집회를 이어갔다. 이후 9호선을 활용해 국회로 향했다.

이로 인해 출근시간대 5호선 상·하행선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일부 시민들은 "출근 시간에 이게 뭐야", "빨리 내려"를 외치며 전장연을 향해 욕설을 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제5호 태풍 '송다'와 6호 태풍 '트라세'의 영향으로 비가 내려 평상시보다 지하철에 더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공덕역 승강장에서 만난 지모씨(31·여)는 "전장연 분들의 불편한 점은 알겠지만, 지금 수많은 사람들 출근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구모씨(60·남)는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을 피해보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만 아는 이기적인 것 아니냐"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오늘 지각하겠네요' '출근길 가로막고 하면…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 안하나요' 등의 항의성 글들도 속속 올라왔다.

회사 밀집지역인 광화문과 여의도를 관통하는 5호선이 막히면서 출근하는 시민들은 택시,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정부가 부자 감세는 신속하고 소신있게 하면서도 장애인 권리예산에는 답을 안하고 있다"며 "기재부에 8월 한 달 동안 실무협의를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집회를 다시 하는 이유에 대해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전장연은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를 만나 8월 중 기재부 실무부서와 함께 내년도 장애인 예산 편성을 의논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이미 충분히 논의됐다며 답변을 피했다.

전장연은 이날 10시40분쯤 지하철 집회를 공식 종료했다. 다만 장기간 집회로 열차들이 연쇄적으로 연착돼면서 완전 정상화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오늘5호선에서 지하철 집회가 다른 날보다 좀 더 길게 진행됐다"며 "현재는 열차 집회는 없지만 집회 영향으로 정상 운행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신속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 공동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및 예산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지하철에 탑승해 발언하고 있다.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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